2021시즌 두산 마운드가 기록한 '잠실구장 사용법'

안승호 기자 2022. 1. 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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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두산 외국인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잠실구장 마운드에 잠시 몸을 쭈그리고 앉아 있다.정지윤 선임기자


지난 시즌 두산 마운드는 온전한 곳이 많지 않았다.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의 출현으로 주춧돌 하나는 제대로 세웠지만 국내파 선발진의 부진과 불펜진의 부침으로 평온할 날이 거의 없는 레이스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두산은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치고, 기어이 한국시리즈에 7년 연속 진출했다.

어쩌면 두산은 갖고 있는 전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쓴 팀이다. 마운드 전력도 마찬가지다. 보유 자원 대비 최대치의 수치를 뽑아냈다.

두산은 안방인 잠실구장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한 시즌 ‘잠실구장 사용법’을 남겼다.

두산은 지난해 팀 평균자책 4.26을 기록했는데, 잠실구장 평균자책과 다른 구장의 평균자책의 차이가 유달리 컸다. 두산은 지난해 잠실에서는 평균자책 3.76을 기록했다. 잠실구장을 함께 홈으로 쓰는 LG가 전체 1위인 평균자책 3.57을 올리며 잠실에서는 3.36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도 두산 투수진은 잠실과 다른 구장 사이에서 성적 차이가 컸다.

최근 KBO리그 타자들은 ‘뜬공 타법’에 관심이 많다. 뜬공을 가급적 많이 치려고 혈안이 돼있다. 이같은 흐름이라면 투수 입장에서는 뜬공 비율을 가급적 낮추는데 초점을 맞추기 마련이다. 그런데 두산 마운드의 잠실 성적이 뛰어난 이유는 역설적으로 ‘뜬공 투수’가 많은 데 있다.

지난 시즌10개구단의 전체 뜬공 대비 땅볼 비율은 0.97. 두산 투수진은 0.83으로 그 중 가장 낮았다. 땅볼 횟수(1162개)에 비해 뜬공 횟수(1408개)가 월등히 더 많았다.

에이스 미란다부터 전형적인 뜬공 투수다. 땅볼(101개)에 비해 뜬공(181개)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내파 에이스로 떠오른 최원준 역시 땅볼(117개) 대비 뜬공(230개) 비율이 거의 2배에 이를 정도였다.

사실, 의도적으로 뜬공 비율을 높이려는 투수는 거의 없다. 오히려 낮은 코스에 타깃을 두고 움직임이 많은 공을 던져 땅볼 유도하려는 투수가 대부분이다.

이에 두산 역시 이같은 현상을 일단은 ‘우연’으로 보고 있다. 두산 한 관계자는 “무브먼트에 중점을 두는 투수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빠른 볼 투수가 많다는 점은 살펴볼 만하다”고 했다.

배경을 떠나는 잠실구장은 뜬공 투수에게 유리한 곳이다. 가운데 담장이 125m로 국내에서 가장 깊을 뿐 아니라 좌우중간이 부채꼴로 들어가 있어 홈런성 타구도 담장 앞에서 잡히는 경우가 많다.

잠실구장 환경이라는 특수성에서 ‘환경 적응론’으로는 한번 접근해볼 수 있다. 두산은 다른 구단에 비해 강속구 투수를 선호하는 편이다. 외국인투수 구성도 보통 그렇다. 뜬공 대부분이 뜬공을 유도한다기보다는 삼진을 잡으려고 하이패스트볼을 던지다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이 대목에서 한번 들여다볼 만하다. 적잖은 투수들이 잠실구장에서 많은 경기를 던지며 잠실구장에 맞는 로케이션과 구종에 어느 정도 적응했을 수도 있다.

두산은 2020시즌 뜬공 대비 땅볼 비율이 0.84로 전체 2번째로 낮았다. 뜬공 비율이 2번째로 높았다는 것이다. 2019시즌에도 같은 순위였다. 이쯤 되면 우연이라기보다는 필연에 가깝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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