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바다> 박은교 작가 인터뷰 "SF의 매력 선보일 수 있어 기뻤죠"

2022. 1. 1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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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가 순항 중이다. 지난해 12월 24일 공개 직후만 해도 평론가와 일반 시청자 모두에게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대박’을 터뜨린 〈오징어게임〉 이후 한국산 콘텐츠에 쏟아진 관심이 긍정과 부정의 양면적인 반응을 함께 불러왔기 때문이다. 다른 콘텐츠와의 비교가 끝나고 오롯이 작품 자체의 매력 평가가 주를 이루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고요의 바다〉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흥행 성적으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 1월 5일 공개한 ‘글로벌 톱 10’ 순위에서 〈고요의 바다〉는 비영어권 TV시리즈 1위로 올라섰다. 주간 단위로 집계해 발표하는 이 순위에서 〈고요의 바다〉는 바로 지난주인 공개 첫주에 이미 3위에 진입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고요의 바다> 극본을 쓴 박은교 작가 / 넷플릭스 제공


작품은 지구 생명체들이 생존하는 데 필수 자원인 물이 고갈되면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에서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SF 미스터리 스릴러다. 달 탐사선을 타고 물을 찾아 나선 대원들은 지구에서는 짐작도 못 한 여러 위기를 맞는다. 〈고요의 바다〉 극본을 맡은 박은교 작가는 연출을 맡은 최항용 감독의 원작 단편영화를 국내 최초의 SF 우주 드라마로 함께 재탄생시킨 주역이다. 그에게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창작자로서 겪은 고민과 공개 이후 나타나고 있는 평단과 관객의 반응을 허심탄회하게 들어봤다.

-원작인 단편영화를 보다 긴 시간을 들인 8부작의 드라마로 재창작하는 과정에서 어디에 중점을 뒀는지 궁금하다.

“원작 단편에 비해 훨씬 더 확장된 세계관과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룰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물 부족으로 달라진 지구 상황과 인류의 암담한 현실을 드러내고, 단편에 비해 좀더 다양하고 많은 캐릭터를 등장시켜 각각의 관점이 부딪히도록 설계했다. 또 미스터리가 하나둘 풀리면서 각자의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대립하는 캐릭터들의 선택과 입장이 그 나름대로 모두 이해가 갔으면 했다. 선악의 대립도 아니고,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보였으면 했다.”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고요의 바다〉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위험천만한 임무를 수행하는 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이면서, 동시에 죽음과 맞닿아 있는 우주 공간에서 역설적으로 생존의 희망과 의미를 찾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생존의 위협 앞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우리는 과연 생존할 가치가 있는 인간인가를 되묻게 한다는 주제를 강조하고 싶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중 특히 한국에서 만든 다른 작품들이 연이어 성공을 거뒀다. 부담감이나 긴장감을 느끼진 않았는지.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져 좀더 많은 시청자와 만날 수 있게 된 상황은 일단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요의 바다〉도 너무나 훌륭한 배우들이 합류한 덕분에 그 기대치가 더욱 높아진 측면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낯선 장르이고, 할리우드 작품의 눈높이에 익숙해진 관객들 입장에서는 아쉬움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되기에 부담과 긴장이 당연히 컸다. 정말 오랜 시간 준비해왔던 작품이어서인지, 완성해냈다는 안도감과 감사함이 더 크다.”

-한국 최초로 우주를 다룬 SF드라마라는 점, 이전까지의 국내 SF 콘텐츠 평가가 대체로 좋지만은 않았던 점도 얼마간 부담이 되진 않았을까 싶다.

“처음이고,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은 평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결국은 작품이 좋아야만 좋은 평을 받을 수 있는 거니까. 〈고요의 바다〉를 작업하기 이전부터 SF장르에 깊은 관심과 호감을 갖고 있었기에, 두려움보다는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다. SF장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에 고민조차 해보지 않았던 낯선 상황을 던짐으로써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요의 바다〉 를 통해 그런 SF장르의 매력을 선보이게 될 수 있어 기뻤고, 앞으로 한국에서도 더욱 많은 SF 작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공개 초기 국내외에서 평론가와 관객들의 평이 엇갈리며 시작했지만 흥행은 순항 중이다. 이런 상반된 평가에 대해선 어떤 느낌인가.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일반적인 SF 블록버스터 작품에서 경험할 수 있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스케일 큰 액션, 우주 공간의 장엄하고 스펙터클한 비주얼을 배경으로 좀더 많은 이야기를 촘촘하게 풀어내기를 기대했던 시청자분들이 많을 테니까. 나 역시도 아쉬운 부분이 없을 순 없지만, 다양한 의견을 접하며 감사한 마음도 들고 자극도 많이 받았다. 〈고요의 바다〉는 처음 기획 단계에서부터 폐쇄공포증을 느낄 정도의 한정된 공간 안에서 펼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구상했고, 기지에 고립된 대원들이 숨은 비밀을 풀기 위해 단서를 추적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함께 경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주고자 의도한 작품이다. 그런 부분을 흥미롭게 느낀다면, 드라마 전체를 끝까지 한 호흡으로 즐길 수 있으리라 본다.”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의 한 장면. 극중 탐사대장 한윤재(공유·왼쪽)와 우주생물학자 송지안(배두나)을 주축으로 하는 탐사대가 달에 착륙해 미지의 물 ‘월수’를 발견한다. / 넷플릭스 제공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되는 ‘월수’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영상화 과정에서 특징을 잡아낼 때 어떤 아이디어를 가미했는지 궁금하다.

“최항용 감독님의 단편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매력적이었던 콘셉트가 바로 ‘월수’였다. 지명엔 ‘바다’가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물이 없는 달에 존재하는 ‘특별한 물’이라는 설정이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된 이유였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감독님과 월수의 특성을 조금씩 구체화했고, 되도록 물 고유의 성질을 최대한 활용해 피부에 와닿는 공포를 불러일으켰으면 했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대중목욕탕 천장에 빼곡하게 맺힌 물방울을 무섭다거나, 징그럽다고 느끼는 것처럼….”

-월수라는 개념은 물과 비슷하지만 물이 아닌, 양면적인 존재이고 ‘루나’ 역시 복제인간으로서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존재라는 점을 나란히 부각시킨다. 그 점을 감안해 ‘특별히 이런 점을 눈여겨보면 더 재미있을’ 지점을 제안해줄 수 있나.

“‘물은 생명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자원이 ‘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생명의 물’이 드라마 속에선 ‘죽음의 물’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가장 흥미롭게 봐주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루나도 마찬가지다. 루나는 인류의 ‘희망’이 될 수도 있고,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존재니까. 작품을 보는 동안 목이 마른데도 눈앞의 물을 마시는 게 꺼려졌다는 댓글을 보고 너무 재미있었다. ‘월수’와 ‘루나’를 둘러싼 지안과 윤재의 입장 차이를 지켜보면서 어떤 선택에 더 공감이 가는지,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의 생존확률을 더 높일 수 있을지를 상상해본다면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품 내용 중 과학적인 측면에서 치밀하지 못했던 고증이나 개연성이 떨어져 보이는 지점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있다. 극의 전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 했거나 오해를 바탕으로 제기된 문제여서 다소 억울하게 느껴질 부분도 있을 테고, 또 한편으론 미처 예상 못 한 날카로운 지적으로 받아들인 지점도 있을 텐데.

“전 지구적인 물 부족 현상이나 달의 저중력 표현, 우주복을 입고 달 표면을 걷는 움직임 등은 나름 많은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부분들이다. 지구의 강수량이 심각하게 줄어들었다고 해서 그 많은 바닷물과 지표면의 모든 담수가 완전히 마를 순 없고, 그런 지경이라면 인류의 생존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사실 〈고요의 바다〉 속에서 그린 미래 지구는 당연히 그 정도의 설정은 아니었다. 바닥이 드러난 한강, 해수면이 내려가면서 예전엔 물에 잠겨 있던 암초 등이 모두 드러나 있는 해변이 등장하는 장면들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좀더 세심하게 신경썼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있어 우연히 바이러스에 관한 대중의 이해가 높아진 점도 작용했을 듯하다.

“‘월수’ 부분은 원시 바이러스의 기전을 참고하긴 했지만, 애초에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영화적 설정이기에 충분히 낯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코로나19 이후에 전염성이 있는 바이러스 정보나 대응이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 돼버렸기에 그 부분에 관한 지적들은 제작단계에서 좀더 세심하게 고려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해석과 따끔한 지적 모두 감사하게 생각한다.”

-〈고요의 바다〉가 향후 국내 SF계에 이정표를 남길 지점이 여럿 있다고 보는데, 작가로선 어떤 점을 꼽겠는가.

“충분한 자본력과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데 엄청난 제약이 따르는 SF장르의 특성상, 그간 시도조차 어려웠던 많은 기획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요의 바다〉 역시 한국에서는 선례가 없는 작품이었고, 예산도 큰 탓에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한국의 제작 여건상 이런 장르의 작품들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여러 요소를 직접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체득한 노하우를 발전시킬 기회조차 없었다는 게 제일 안타까웠는데, 〈고요의 바다〉를 통해 그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된 측면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시아인 배우가 우주복을 입은 모습 자체가 어색해 몰입이 안 된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반대로 멋진 한국 배우들이 우주복을 입고 달 표면을 걷는 장면을 작품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시청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그간 많이 시도되지 않은 장르에 도전했다는 의미를 넘어선, 좀더 뛰어난 완성도와 작품성을 가진 SF 영화·드라마가 많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저 역시도 더 노력해 좋은 작품으로 다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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