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구찌-구찌 가문의 흑역사를 들추다 [시네프리뷰]

2022. 1. 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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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이 영화의 주인공은 레이디 가가가 연기한 파트라치아다. 실제 동시대의 역사 속에서도 명백한 팜므파탈 캐릭터인 그를 리들리 스콧 감독이 어떻게 다룰지 궁금했다. 그 결과물은 눈으로 직접 확인하시라.


제목 하우스 오브 구찌 (House of Gucci)
제작연도 2021
제작국 미국, 캐나다
상영시간 158분
장르 범죄, 드라마, 스릴러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레이디 가가, 아담 드라이버, 자레드 제토, 제레미 아이언스, 알 파치노, 셀마 헤이엑
개봉 2022년 1월 12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유니버셜 픽쳐스


그런 사람이 있다. 본능적으로 상표를 캐치하는 사람들. 100m 밖에 사람이 떨어져 있어도 한눈에 그 사람이 몸에 걸치고 있는 옷이나 구두, 시계 따위가 뭔지 알아채는 사람이다. 기자 주변에도 있었다. 예전에 함께 일한 직장동료가 그런 사람이었다. 신기했다. 필자는 둔감한 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씻고 별 생각 없이 ‘아무 옷’이나 걸치고 나온다. 물론 아무리 빼입어도 티가 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속된 말로 ‘옷걸이’ 문제다. 2017년 피살된 김정남이 과거 아들(아마 한솔씨)의 손을 잡고 일본 디즈니랜드를 방문했다가 잡힌 적이 있는데, 그때 걸친 옷이 하나같이 다 명품이었다고 한다. 필자의 눈엔 영락없는 ‘군밤장수 복장’이었는데….

각설하자. 나이를 먹어서인지, 아니면 영화가 다루는 내용을 알아서인지 첫눈에 배우 아담 드라이버가 찬 벨트, 그리고 그가 신은 구두의 상표를 알아봤다. 구찌(Gucci)였다(눈썰미 좋은 사람은 그의 양복 재킷이나 바지도 알아보겠지만). 영화의 시작, 자전거를 탄 마우리치오가 출근하는 장면이다. 1995년 3월 27일이다. 영화는 1970년대로 돌아가서 나중에 ‘블랙 위도우’라는 악명을 얻은 파트라치아(레이디 가가 분)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다룬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건 ‘영화가 과연 누구의 편에 설 것이냐’였다. 영화에서 파트라치아는 트럭운수업에 종사하는 아버지 회사에서 경리로 일한다. 그 유명한 1995년의 살인교사 사건 재판 정리기사를 보면 그는 세탁소를 하는 집안의 딸이다. 아마 영화의 정리가 맞을 것이다.

사건 당사자 눈으로 본 구찌가 이야기
지난해 북미에서 개봉한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들을 살펴보니 영화가 사실 기록에 너무 충실해 어떤 해석이나 의미부여가 파고들 틈이 없었다는 불평이 눈에 띄었다. 아무튼 영화상에는 그가 마우리치오에 끌려 적극적으로 ‘유혹’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위의 재판기록을 보면 마우리치오가 ‘빨간 원피스에 보라색 눈을 가진’ 파트라치아에게 한눈에 반해 “엘리자베스 테일러보다 아름다운 저 여자가 누구냐”고 말하며 먼저 접근했다. 둘은 이내 사랑에 빠졌지만 마우리치오의 아버지, 로돌포 구찌는 결혼에 반대한다. 그는 독설가다. 아들에게 “저 여자는 돈밖에 관심이 없고 사회적 신분 상승 수단으로 접근한 것을 첫눈에 알아봤다”고 말한다(실제로 그렇게 말했을까. 찾아보니 구찌 가문을 다룬 많은 정리 글에 나오는 표현이다). 파트라치아의 질주는 계속된다. 뉴욕에 진출한 로돌포의 동생 알도 구찌와 손을 잡고, 구찌가를 장악하기 위해 알도의 아들이자 무위도식하는 파울로 구찌를 부추기기도 한다. 영화에선 무능력한데다 아예 찬밥 신세로 나온다. 실제로 파울로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구찌의 상표(G자 2개를 겹쳐놓은 문양) 디자인에 공헌하기도 한 인물이다.

어쨌든 파트라치아는 어느 틈에 ‘낡고 유행에 뒤처진’ 구찌 브랜드를 혁신해 구찌 가문을 일으킬 사람은 자신이라고 확신한 듯하다. 그런 그가 의지한 사람은 TV 심야프로그램 점성술사로 나오는 피나(몰랐는데 나중에 엔딩 크레디트를 보니 셀마 헤이엑이었다. 〈황혼에서 새벽까지〉(1996)의 요염한 뱀파이어를 몰라볼 뻔했다. 하긴 벌써 28년이 지났다)였다. 피나가 점지해준 자신의 운명을 믿었다. 영화의 절정에서 영화는 첫 장면으로 돌아간다.

레이디 가가의 연기 인상적
대중매체가 희대의 악녀로 생중계한 파트라치아 역을 맡아 열연한 레이디 가가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생각해보면 가수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그가 스크린에 진출한 영화가 여러편 있었다. 당장 떠오르는 건 브래들리 쿠퍼와 함께 찍은 음악영화 〈스타 이즈 본〉(2018)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의 주인공은 레이디 가가가 연기한 파트라치아다. 실제 동시대의 역사 속에서도 명백한 팜므파탈 캐릭터인 그를 리들리 스콧 감독이 어떻게 다룰지 궁금했다. 그 결과물은 눈으로 직접 확인하시라. 앞서 언급한 배우들 이외에도 제레미 아이언스가 로돌포 구찌 역을, 알 파치노가 알도 구찌 역을 맡아 열연한다. 이들 배우의 팬이라면 스크린에서 그들의 최신 근황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남는 장사다. 꽤 긴 상영시간이지만 완급을 조절하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감독의 솜씨가 탄성을 부른다. 고령에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할리우드 영화장인’의 작품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파트라치아의 그후, 실제 이야기
영화 말미엔 사건과 관련된 인사들의 근황이 쭉 나온다. 재판정에서 자신의 이름은 파트라치아 레지아니가 아니라 ‘파트라치아 구찌’라고 주장했던 파트라치아(사진)는 전(前) 남편 살인교사 혐의로 29년형을 받았는데 18년을 복역하고 2016년 출소했다.

경향자료


1995년 살인사건 발생 후 파트라치아를 살인교사 혐의로 기소한 건 2년 뒤인 1997년이었다. 전 남편을 직접 쏜 인사는 파산한 피자가게 주인이었는데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남자의 배후에는 점성술사 피나가 있었고, 그는 25년형을 받았다. 파트라치아는 출옥한 뒤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왜 직접 쏘지 않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눈이 나빠 (내가 쏘면) 못 맞출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그는 이후로도 계속 “나는 죄가 없지만 그렇다고 무고하다(innocent)고 말하진 않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까닭이 뭘까. 여러 인터뷰를 보면 파트라치아는 ‘구찌가’에서 유행에 뒤처진 브랜드를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자신이라는 확신을 가졌던 것 같다. 그가 살해를 교사한 까닭엔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와 재혼을 앞둔 전 남편을 향한 질투와 더불어 분노가 있었다. 전 남편이 파트라치아의 구찌가 지분을 투자회사에 팔아넘기려고 했기 때문이다. 전 남편의 여자친구는 “이혼한 관계임에도 그(파트라치아)는 끊임없이 우리 주위를 맴돌며 스토커처럼 굴었으며 기회가 될 때마다 저주가 담긴 욕설이나 메시지를 보내곤 했다”고 증언했다.

2018년 폭스뉴스는 파트라치아가 출소 후 “매우 행복하다”고 말한 사실을 전하며 그의 근황을 보도했다. 파트라치아의 18년 감옥생활도 숱한 화제를 뿌렸다. “평생 노동을 해본 적이 없다”며 노역을 거부했고, 또 몇차례 자살을 시도하는 바람에 예외적인 허락을 받아 족제비를 키우기도 했다고 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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