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조합 '걸스 온 탑', 결과물은.. [문화프리뷰]

2022. 1. 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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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걸스온탑이라는 3인조 걸그룹이 있었다. 이런 가수가 존재했는지조차 모르는 이가 태반일 것이다. 2016년 데뷔 싱글 ‘하이힐’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꿈을 잃고 싶지 않아’, ‘컴컴’, ‘올라’ 등 모두 4편의 싱글을 냈다. 멤버들의 가창력도 괜찮았고, 노래도 대중적이었지만 이름에 담긴 이상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히트는커녕 조용히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이들도 무명 기획사 출신 가수의 일반적인 숙명을 따랐다.



SM엔터테인먼트가 진행하는 ‘걸스 온 탑’ 프로젝트의 첫 번째 유닛 ‘갓 더 비트’ / SM엔터테인먼트


지난해 12월 SM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여성 아티스트들이 테마별로 새로운 유닛을 결성하는 프로젝트 ‘걸스 온 탑’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앞서 말한 걸그룹과 같은 이름이지만 이 기획의 운명은 정반대다. 많은 음악팬의 관심과 열띤 환호를 받을 수밖에 없다. 굴지의 레이블이 작심하고 벌이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 활동의 첫 주자 이름은 ‘갓 더 비트’로 보아, 소녀시대의 태연과 효연, 레드벨벳의 슬기와 웬디, 에스파의 윈터와 카리나로 구성했다. 여자 아이돌 슈퍼그룹을 만들었다.

영리한 구상이다. 톱스타 아이돌 가수들의 합종연횡은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나 볼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다. 갓 더 비트는 흔치 않은 조합으로 데뷔 전부터 간단하게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규 멤버를 정해놓지 않았기에 매회 새로운 조직으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의 유휴 인력을 가동하기에도 수월하다. 레드벨벳의 멤버들은 가수로서 개인 활동을 어느 정도 이어가고 있지만 소녀시대는 태연과 효연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작품 출시가 뜸한 상태다. ‘걸스 온 탑’은 새 팀과 신작을 내오는 컨베이어벨트나 다름없다.

한때 가요계 정상에 섰던 선배들과 현재 비슷한 위치에 있는 신진을 모아 놓은 것과는 별개로 결과물은 좋지 않다. 지난 3일 발표한 싱글 ‘스텝 백’은 성가풍의 보컬과 불협화음을 이루는 듯한 현악 샘플을 메인 루프로 삼았다. 독특함을 갖췄지만 여기에 공격적이고 카랑카랑한 톤의 보컬을 담아 어수선함만 커졌다.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반주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브리지도 앞부분과 뒷부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지 못하고 물에 떨어진 기름처럼 둥둥 뜬다. 후반의 브레이크 구간은 춤 잘 추는 멤버를 부각하기 위해 마련했겠으나 음악적인 멋을 보충한다기보다 지루함만 안긴다. 여성 화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혹은 연인에게 다가오는 다른 여성을 향해 넘보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 가사는 찬란하게 유치하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 ‘걸스 온 탑’ 시리즈는 SM엔터테인먼트 특유의 아티스트 활용 방식을 재차 선전한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19년 샤이니, 엑소, NCT 127, 웨이션브이에서 7명을 차출해 슈퍼엠을 제작했다. 이전에는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엑소, NCT 등을 통해 유닛을 내보냈다. 인원이 많은 그룹을 제작하고 팀 안팎으로 부지런히 이합집산을 가동한다. 대형 레이블이 제작하는 아이돌 그룹은 데뷔와 동시에 많은 팬을 보유하게 마련이다. 이런 가수들로 꾸린 새로운 그룹들의 인기가 없을 리 만무하다. 대기업의 손쉬운 돈벌이를 보여주는 공정이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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