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주사가 뭐길래..노조도 소액주주도 반발

류정훈 기자 2022. 1. 12. 09:00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지난해 12월 10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고, 그룹 사업과 투자 관리, 그룹 연구개발 및 ESG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하지만 이사회 의결이 나온 이후부터 포스코는 계속해서 이해관계자들의 불만으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어떤 주장들이 나오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 계획은?
들어가기 앞서 먼저 포스코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계획부터 보시죠.


포스코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포스코홀딩스를 지주회사로 두고, 그 밑에 철강사업회사인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을 배치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지주사 체제로 바뀌는 과정에서 포스코는 인적 분할과 물적 분할 중 '물적 분할'을 선택했습니다.

둘은 기업을 분할하는 대표적인 방식인데요. 인적 분할과 물적 분할의 가장 큰 차이는 기존 주주가 신설 법인의 주식을 가질 수 있냐입니다.


만약 A라는 회사가 인적 분할을 해서 각각 50%를 가진 B와 C로 나뉠 경우, A회사의 지분 10을 갖고 있던 주주는 쪼개진 B와 C사의 지분을 각각 5씩 갖게 됩니다. 

그러나 A라는 회사가 위와 똑같은 조건으로 물적 분할을 할 경우, A회사 주주가 가지고 있던 지분 10은 B와 C에서 각각 갖는 게 아니라, B사의 주식 10주만 갖게 되죠. 대신 C사는 B의 100% 자회사로 종속되게 됩니다.

즉, 인적 분할은 기존 주주가 분할된 두 상장사의 주주가 되지만, 물적 분할은 기존 주주가 분할된 한 개의 상장사의 주주가 되고 나머지 비상장 회사는 분할된 상장사의 계열사가 되는 겁니다.

여기서 A는 기존의 포스코, B는 지주회사가 된 포스코홀딩스, C는 철강사업부문의 신설 자회사 포스코가 되겠죠.

소액주주들 "이게 무슨 ESG 경영이냐"
그런데 만약 C사가, 그러니까 포스코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C사에 새로운 주주들이 들어오면서 A사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됩니다. 왜냐, 모회사의 지분이 낮아지게 되니깐요. 

이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뿔이 난겁니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린 소액주주연합회 집회 (자료=소액주주연합회)]

오늘(11일) 포스코 소액주주연합은 포스코 센터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는데요.

이들은 "포스코의 물적 분할은 소액주주들의 주주평등권을 침해하고 ESG 경영에 위배되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주주들은 "2007년 77만 원 수준이었던 포스코 주가가 현재 3분의 1수준인 20만~30만 원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15년보다 참담한 수준인데도 물적 분할을 단행하려고 한다"며 포스코가 배신감과 절망감을 안겨줬다고 비판했죠.

안 그래도 주가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물적 분할해서 주가가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자회사 상장을 두고도 반대 목소리가 컸는데요. 포스코가 "물적 분할 후에도 자회사 지분을 상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만, 소액주주들을 달래기엔 부족했습니다.

소액주주연합회는 "이는 언제든 이사회 결정으로 번복할 수 있는 상황이며, 회사가 '안전장치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어떤 조치인지 밝히지 않았다"며 포스코의 최소한의 대응을 지적했습니다.

또 포스코가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내놓은 자사주 소각도 일정이나 수량을 현재까지 확정하지 못한 점도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이같은 주주들의 불만에 대해 경제개혁연대가 해결책 제시에 나섰는데요.

경제개혁연대는 포스코에 공문을 보내 포스코홀딩스 정관에도 철강 자회사 정관에 적힌 '자회사 비상장' 원칙을 반영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포스코홀딩스는 1인 주주로서 언제든 포스코 정관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 포스코홀딩스가 자회사 비상장 정책을 제시하지 않은 점, 다른 비상장 자회사 및 손자회사 등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점 등으로 볼 때 미흡한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오는 14일까지 포스코홀딩스의 정관에 반영할지 여부를 공시를 통해 알려달라고 요청한 상태인데요.

주주들의 관심도 그날 공시에 쏠릴 것으로 보입니다.

포스코 노동조합 "중대재해처벌법 피하려는 꼼수"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포스코지부 기자회견 (자료=금속노조 포스코지부)]

포스코 지부 노동조합에서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주주들과는 결이 살짝 달랐는데요.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측은 회사가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통한 물적 분할을 포스코 직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독단적으로 진행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포스코가 밝힌 "지주사 전환을 통해 본원 사업인 철강 외에도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등의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목표도 포스코 직원들을 설득시키기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죠.

새롭게 설립될 모회사, 포스코홀딩스 본사는 서울에 위치할 예정이고 포스코는 자회사로 전락해버려 포스코 광양, 포항제철소 직원들의 위상이 크게 하락할 것이란 우려도 내비쳤는데요.

무엇보다 오는 2월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노조 측은 "경영과 투자 결정은 포스코홀딩스에서 하고, 공장운영이나 책임은 포스코와 계열사가 떠안게 돼 최정우 회장의 꼼수가 포스코 지주사 전환으로 이어졌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왜'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하려는가?
그러나 포스코도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하면서 물적 분할에 나서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물적 분할은 ▲조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신사업의 인력구조와 보상체계를 갖추고 ▲외부의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함에 특화돼 있기 때문이죠.

물론 물적 분할로 주가가 급락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보통 오너 리스크가 있는 기업의 경우나 메인 비즈니스가 물적 분할 된 경우고요. 크게 보면 주가 반응에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낸 곳도 있어서 주가 반응에도 긍정적이란 의견이 있습니다.

포스코의 경우 오너 없이 전문 경영인 체계다 보니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이가 없어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또 그동안 포스코가 철강과 같은 전통 사업들이 섞여 있어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물적 분할로 제대로 된 기업 가치를 평가받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고요.

자회사 상장을 두고도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기업들은 고평가된 상태에서 IPO에 나서는 등 가격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기에 상장하기 때문에 저평가에 대한 우려는 적은 편"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네이버에서 SBS Biz 뉴스 구독하기!

돈 세는 남자의 기업분석 '카운트머니' [네이버TV]

저작권자 SBS미디어넷 & SBS I&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SBS Bi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