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인간을 각성시키다

2022. 1. 1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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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의 안전사회]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 2년이 훌쩍 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곧 2년이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인간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대면사회에서 비대면사회로, 업종 간 희비 교차, 실업자 증가, 소득 불평등 심화, 국가의 역할 강화, 공공의료의 중요성, 노인을 중심으로 한 많은 사망자 발생, 방역 통제 강화와 맞물린 개인의 자유와 인권 침해 논란 등 영향을 미치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완전히 벗어날 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새로운 재앙이 아니라 선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확실치 않고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코로나19는 그 뒤에도 독감처럼 계속해서 우리를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가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방을 잘 몰랐던 탓도 있고 상대방이 워낙 발 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감염병의 역사는 한마디로 바이러스의 도전과 인간 응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년간 벌어진 이러한 역사 속에서 확실한 교훈과 지혜를 얻는 개인, 국가만이 더 일찍, 그리고 더 확실하게 코로나19의 굴레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제때 혁신적으로 변화하면 코로나 시대 극복 가능

첫째, 때를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때론 혁신적 변화를 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수시로 유전자 변이를 통해 자신의 몸을 변화시킨다. 그동안 알파, 베타, 감마, 람다, 델타 등 많은 변이주가 나왔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델타, 오미크론 등은 강세를 떨치고 있고 나머지는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효과적 변신을 한 변이만 살아남은 것이다.

그리고 감염병에 응전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백신을 무력화하거나 치료제가 잘 듣지 않을 때만 이들은 자손을 계속 퍼트릴 수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오미크론은 숙주를 덜 죽이면서도 전파력은 강해 변이종 가운데에서는 지속가능한 생존에 최적화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인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스크의 중요성을 알고 코로나 감염이 언제 잘 이루어지는지를 잘 파악해 이를 실천에 옮기는 유형의 인간은 감염 위험이 확 떨어지고 그렇지 못한 유형의 인간은 감염되거나 감염으로 사망까지 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로 인해 모임 인원제한 조치와 영업금지 내지는 영업시간 제한 업종에서 일하는 종업원과 업주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재빨리 변화해 업종 전환을 한 경우는 그래도 내상을 덜 입었다.

제약기업과 바이오기업의 희비도 엇갈렸다. 코로나19 대응에 가장 효과적인 무기인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일찍 성공한 제약·바이오기업은 대박을 터트렸고, 그렇지 못한 곳은 새로운 도약 기회를 얻지 못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대표적 성공 사례다. 이들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 대비해 그동안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한 결과였다.

누가 더 빠르나, 인간과 바이러스의 대결

둘째, 속도가 중요하다. 바이러스는 증식 속도가 빠르고 한꺼번에 많은 자손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이러스가 지닌 최대의 강점이며 인간에게는 무서운 위협이 된다. 변화무쌍한 변신 능력, 즉 놀라운 유전자 변이 능력과 빠른 증식 속도, 그리고 하나가 숙주 세포에 들어가 순식간에 수백, 수천 개가 되어 다시 다른 세포로 침입하는 능력을 모두 지닌 이런 바이러스는 감염병 병원체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자리를 오랫동안 차지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인간 사회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재빨리 효과적 백신을 다량 구입해 빠른 속도로 1·2차 접종과 부스터샷을 시행한 국가와 그렇게 응전하지 못한 국가 사이에는 큰 간격이 존재했다. 그 간격은 사망자 수와 감염자 수, 그리고 유행 탈출 시기의 차이로 나타났다.

셋째,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감염병 재난에서는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간에게 각성시켰다. 백신과 치료제가 있든 없든 코로나19는 유행 초기부터 소통이 매우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많은 사례를 보여주었다. 전문가들과 정부의 말을 듣지 않고 반과학적 행동을 하는 이들과 집단이 세계 곳곳에서 똬리를 틀고 이웃이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도우미를 자처했다.

백신 무용론을 펼치고 백신 부작용을 과대 포장해 퍼트리는 것을 물론이고 심지어는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등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지침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비상식적으로 반발하거나 집단행동을 벌이는 일들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일이 각종 대형 재난과 대유행 감염병 시대에는 늘 있어온 것이긴 하지만 최근 발달한 1인 미디어,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더욱 기승을 부렸다. 감염병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이런 인포데믹, 즉 정보감염병이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인간, 가장 정교한 소통 능력 갖추고도 가짜뉴스로 인간 공격

인간은 생명체 가운데 가장 정교한 소통 능력을 지니고 있다. 현대 들어와 정보통신 기술 발달 등에 힘입어 인간의 소통 능력은 빛의 속도로 천문학적인 양의 정보를 저장하고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다른 동물과 식물, 세균 등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다. 사실 바이러스는 소통 능력이 없는 생명체이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일부 인간이 보여준 것은 소통이 아니라 반(反)소통이었다.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은 공동체에 병원체보다 더 악영향을 끼친 독이었다.

이 때문에 국가는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가짜뉴스, 허위뉴스, 조작뉴스, 정보감염병과 싸우느라 힘을 분산해야만 했다. 코로나 음모론자와 이들의 음모론에 빠진 군중은 실제 행동에 나서 백신 거부 시위를 벌이거나 방역 지침 거부를 공공연하게 외쳤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나중에 코로나에 감염돼 숨지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그 해악이 비수가 되어 자신을 찌른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세력들이 인간이 발달시켜온 소통 능력과 수단을 정부와 이웃들을 향해 사용했다. 이들은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무한 자유를 떠 받들고 반과학주의를 표방했다. 또 선동과 조작, 과장, 허위와 진실 섞기, 사이비 전문가 동원 등 교묘한 방법으로 대중을 현혹시켜 코로나 확산에 일등 공신 노릇을 했다.

우리나라도 이르면 2월중 오미크론 변이주가 우세종이 되는 새로운 국면의 코로나 유행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금보다 확진자 수가 더 크게 급증하면 이들은 또 어떤 주장을 펼쳐 코로나 방역을 훼방 놓을지 염려된다. 백신 맞고 3개월 만에 위암 4기에 전이까지 생겼다는 황당한 주장과 백신에 미생물이 잔뜩 들어 있다는 일부 의사의 섬뜩한 주장 등이 계속되는 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은 드세고 우리의 코로나 응전은 힘이 빠지게 될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는 교훈을 확실히 깨닫는 것, 즉 각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마음 속 깊이 새기자.

안종주의 안전사회 고정칼럼은 이번 기고문을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필자가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에 임명돼 근무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시고 성원해주신 <프레시안> 독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편집자주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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