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예상보다 빠른 美 긴축..당분간 영향력 지속될 것
작년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유동성 공급 중단 시기를 앞당기고, 금리 인상 횟수를 늘리겠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크지 않았다. 몇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금리 인상 우려가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된 점도 시장의 반응을 약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미국의 단기 금리인 2년물 국채수익률이 0.84%까지 올라왔다. 작년 6월에 0.14%였으니 반년 만에 6배가 된 것이다. 2015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만 당시 단기금리는 테이퍼링 시작 시점부터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있을 때까지 2년간 1.6배 오르는데 그쳤다. 지금은 테이퍼링을 시작한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금리가 여섯 달 만에 6배가 됐다. 다른 어떤 때보다 금리 인상 영향이 시장이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괜찮은 경제상황도 금리의 영향력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물가는 가계가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을 때 높아진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계속된 정부의 지원 확대로 미국의 가계 저축률이 9.4%까지 치솟았다. 지금이 그런 상태로 볼 수 있다, 언제든지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경제도 괜찮다는 의미가 되는데, 경제가 좋아지는 상황에서는 물가가 올라도 그 폭이 크지 않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본 것이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금융시장에서 긴축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연준이 양적 축소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게 계기였다.
당초 연준은 3월에 유동성 공급을 끝내고 금리 인상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여기에 유동성 규모를 줄이는 양적 축소 논의가 더해졌다. 시점은 첫 번째 금리 인상 이후 멀지 않은 때로 정해 빠르면 2분기말, 늦어도 3분기에 유동성 축소 작업이 시작될 걸로 보인다.
이런 상황 변화는 과거보다 속도가 대단히 빠른 것이다. 2015년 12월에 연준은 금융위기 때 인하했던 금리를 처음 올렸다. 2017년 3월 세 번째 금리 인상 후 유동성 축소 논의가 시작됐고, 2017년 9월 네 번째 금리인상 후에야 유동성 흡수가 공식화됐다. 처음 금리를 올리고 1년 9개월 후에 유동성 축소가 시작된 것이다.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졌다. 예상치 못했던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은 연준이 상황이 좋을 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가 벼랑 끝에 몰려서 정책을 급선회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져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본 건데,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당분간 국내외 자산시장에서 긴축의 영향력이 계속 커질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짧게는 2년, 길게는 금융위기 이후 13년 동안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이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긴축은 이 상황이 마무리된다는 걸 의미한다.
다행히 우리는 미국보다 사정이 낫다. 작년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두 번 올렸고, 그 영향으로 이미 3년물 금리가 2.0%, 10년물이 2.4%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두 금리의 직전 고점이 2.1%와 2.5%였음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걸로 보인다. 현재 우리 시장금리는 한국은행이 앞으로 금리를 두세 번 더 인상한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숫자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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