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이사' 하반기 탄생..환영과 반발의 쌍곡선

이정현 기자 2022. 1. 1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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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여야 합의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 통과
법 시행은 6개월 후..재계 반발 속 노동계 일부서도 "시기상조"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2022.1.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경제계 반발에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노동이사제는 공공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지만 추후 민간기업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노사관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 본회를 열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뼈대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당초 국민의힘은 지난 5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이 민간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을 우려해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지난 10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부터 이견 없이 의결에 함께 했다.

◇국회 넘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희비 갈린 재계-노동계

노동이사제도는 노동자대표가 기업의 의사결정 단위인 이사회에 참여해 노동자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기관 내부에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장치다.

비상임 노동이사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 중 근로자 대표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은 1명을 임명한다.

임명된 비상임 노동이사는 이사회에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임기는 2년으로 이후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법 통과 소식에 노동계는 즉각 환영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전날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협의회가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던 제도가 쉽지 않았던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됐다"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이익이나 노동조건에 종속된 투쟁이 아니라, 공공기관을 병들게 했던 잘못된 경영결정과 지배구조를 바로 잡음으로써 결국 더욱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더 많은 국민께 제공하겠다는 우리의 투쟁은 국민들의 동의와 지지를 통해 실현될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인총연합회 등 재계는 당장은 공공기관에 제한한다지만, 민간으로까지의 확대가 불 보듯 뻔 한 상황에서 민간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 사례서 미리 보는 노사관계 변화...노동계 일각선 "시기상조" 지적도

극렬한 찬반 논란에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시행을 앞두게 됐다.

이미 2016년 9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노동이사제 관련 조례를 제정·시행 중인 서울시의 사례에서 앞으로 변화할 노사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노동리뷰 2020년 3월호에 수록된 '서울시 노동이사제 도입배경과 현황'을 보면 2019년 10월 기준 서울시 산하 100명 이상의 투자·출연기관 가운데 모두 16개 기관이 우선적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운영 중이다.

이들 기관의 노동이사들은 이사회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3월말 기준으로 노동이사들이 각 기관 이사회에 참여해 처리한 안건은 전체 16개 기관에서 모두 286개에 달했다. 이들은 인사·조직·예산·결산·사업계획 등 조직경영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노동자들의 의사를 현장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경영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서울시 16개 기관의 이사 49명을 설문한 결과 경영 투명성, 공익성, 이사회 운영의 민주성 등에서 긍정적 변화가 있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재계가 얘기하는 '의사결정이 지연돼 경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34명(69.4%)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환영 일색인 노동계에서도 일부 시기상조라는 냉철한 평가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계 한 인사는 "우리나라 노조는 공공기관과 함께 방만경영의 주체로 비난을 받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 무조건 노동자에게 허용된 가장 최고 단계의 경영참가를 허용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로 노동이사제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현재 허울뿐인 노사협의체를 활성화하는 방안 등 단계적으로 노조의 경영참여 과정을 밟아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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