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현실화..금융공기관들도 준비 '비상'

정옥주 2022. 1.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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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1.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공공부문 노동이사제가 현실화 되면서 금융공기관들이 일제히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공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노동이사제란 근로자 대표가 의결권과 발언권을 갖고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 중 하나다.

금융권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는 공공기관은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신보), 예금보험공사(예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등 총 5곳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한국투자공사 등 기타공공기관은 제외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들 금융공기관은 올 하반기부터 노동자 측 대표가 추천하거나 근로자 과반 이상이 동의한 비상임 이사 1명을 임명해야 한다.

한 금융공기관 관계자는 "법안 통과가 갑작스럽게 진행된 면이 있고, 아직 법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침이 나오지 않았다"며 "정부에서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하는 대로 검토하고, 운영방안 등을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공기관 관계자도 "법안이 통과됐으니 우선 앞서 도입한 타 공기관들의 동향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추후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이 나올테니 검토하면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일부 기관 노조가 개정안 시행에 앞서 올 상반기 중 임기가 만료되는 비상임 이사 자리에 노동이사제 조기 도입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보의 경우 이달 2명의 비상임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고, 캠코 역시 오는 4월 2명의 비상임 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주금공은 오는 6월 3명, 예보는 8월 초 3명의 비상임 이사의 임기가 끝난다. 하지만 사측이 법안 시행 전 노조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노조 측은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경영책임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높아지고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고질적인 병폐였던 금융공기관들의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는 초석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보와 캠코의 경우 최근까지도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신보 노조는 최근 금융위 출신 인사가 신임 상임이사로 내려온 것에 대해 반발하며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고, 캠코 역시 금융본부장 상임이사직에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 부이사관 A씨를 내정하면서 노조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보 노조 관계자는 "다음주께 새로 꾸려지는 노조 집행부에서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한 준비를 차근히 해나가게 될 것"이라며 "노동이사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그간 사측과 문제가 됐거나, 잘 풀리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노조 또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더 낼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에 통과된 노동이사제는 1명의 비상임 노동이사를 두는 것으로 아직 그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며 "노동이사가 추후 영향력을 갖춘 사내이사가 되기까진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스타트를 끊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반가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경제계와 재계 등에서는 노조의 경영 개입이 강화되면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방해받아, 결국 기관의 경영효율성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전날 법안 통과 직후 입장문을 내고 "노동이사제는 해외에서도 기업의 혁신 저해, 외국인 투자 기피, 이사회의 의사결정 지연, 주주 이익 침해 등의 이유로 비판이 많은 제도"라며 "향후 민간기업에 대한 도입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만큼,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금융권에서는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법안 통과로 국책은행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제도로, 통상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로 여겨진다. 지난해 9월 수출입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노조추천이사를 선임하는데 성공했다.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은 수 차례 도입을 추진했지만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오는 3월 사외이사 임기 만료에 맞춰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2019년 1월 취임 당시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하기로 노조 측과 합의한 바 있다. 산업은행도 4월 사외이사 임기 종료를 앞두고 노조추천이사제와 관련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국책은행을 넘어 민간은행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지난 2017년 이후 매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시도하는 KB국민은행이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민영화라는 숙원을 달성한 우리금융지주도 우리사주조합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뤄졌단 전제 하에 필요하다면 도입을 해야겠지만 아직은 민간기업에 도입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노사관계가 대립적이고 극단적인 환경에서는 오히려 갈등과 분쟁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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