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CES2022]미·중 갈등에 디커플링 현상 드러난 CES.."아직 기업은 협력 여지 있다"

라스베이거스=고재원 기자 2022. 1.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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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미중 갈등 이후 CES 참여 중국 기업 갈수록 줄어
올해 CES에서는 중국 기업의 참여 저조가 눈에 띄게 보인다. 중국 기업 하이센스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예년에 비해 참여기업이 현저하게 적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가전 전시회인 ‘CES(소비자가전전시회)’ 2022가 이달 5일에서 7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급격한 확산 속에서도 세계 각국에서 스타트업 800여곳을 비롯해 2300여개 기업이 참여하며 첨단 기술쇼의 명맥을 지켰다는 평가다. 

다만 해마다 높은 참가율을 보이던 중국 기업들이 올해 CES에서는 자취를 감쳤다는 점은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이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 기술을 모방하던 중국이 미국의 기술 종속에서 벗어난데 이어 이들 시장에 대한 거리를 유지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CES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5년새 미국 회계삼사 기준을 따르지 않은 중국 기업들을 뉴욕 증시에서 퇴출하고 미국 대학에서 일하던 중국 출신 과학자들에 대한 연구결과 반출이 금지되는 등 미국과 중국간 갈등은 수면으로 떠올랐다. 

CES에서도 최근 이런 현상이 조심스럽게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열린 CES에서는 중국 기업이 1551개가 참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참여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미중 갈등이 노골화하면서 2019년 CES에는 중국 기업이 약 1213개가 참여해 큰 폭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지난해 CES에서는 210개로 급감해 전체 참가기업 중 중국 기업이 약 1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중국 기업의 비율이 25%이었는데 다시 그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올해는 숫자가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아직 정확한 통계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올해 행사에서는 하이센스나 로봇센스, TCL 등 일부를 제외하고 현장에서 중국 기업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올해 중국 기업의 행사 참여가 저조한 표면적 이유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방역을 강화한 중국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중국 기업 관계자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아가면 약 한 달의 자가격리 기간을 가져야 한다”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잠시 미국에 왔다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여러 관계자들은 코로나19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 중국 기업의 CES 참여가 예전만큼 늘어날 것 같지 않다는데 더 무게를 뒀다.  

미국 쪽의 움직임을 봐도 이런 분위기가 어느 정도 사실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CTA는 지난 2019년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했던 CES 아시아를 폐지했다. 존 켈리 CTA 수석이사는 동아사이언스와 인터뷰에서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병) 영향으로 중국이 폐쇄되면서 향후에도 개최가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매우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지만 CES 아시아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중간 갈등의 끝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는게 상당수 국제 관계 연구자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양측 관계가 회복되면 CES가 다시 세계 최대의 기술 박람회로서 제면모를 갖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여전히 남아 있다.  CTA측도 세계 선도 기업으로 발돋움한 중국 기업들이 가진 티켓 파워에 대한 기대감과 향후 협력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듯했다.   

켈리 수석이사는 “CES 같은 곳에서 미국 기술 기업이 중국 기술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그런 협력을 논의해야 한다”며 “가끔 정부가 이런 부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데, 기업들은 시장과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켈리 수석이사는 이어 “CTA는 미국에 설립된 조직이니 정부 정책을 따를 뿐 어떤 의견을 제시하지 않으며 중국 기업을 참여하도록 만들 수도 없다”며 “미국의 정책을 따르며 중국 기업이든 한국 기업이든 미국 기업이든 상관없이 기술의 혁신이 일어나는 것을 지원하는 일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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