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안의 금융 비서'라던 마이데이터, 열어보니..'애걔?'

노지원 2022. 1. 1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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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서비스 체험기
10일 취재기자가 직접 KB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앱 화면 갈무리

“○○○님 지출이 평균보다 낮네요. 비결이 궁금해요∼”

“코로나 시대! 집콕 일상화로 이달은 온라인 쇼핑에 지출이 많았어요!”

지난 5일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전면 시행된 뒤 한 주 동안 케이비(KB)국민은행, 하나은행, 토스 세 곳의 서비스를 사용해 봤다. 급여 통장이 있거나 계좌를 갖고 있던 금융사들이다. 초기 단계여서인지 각 회사별 차별성은 찾기 어려웠다. 또 ‘자산관리’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는 제공하나 은행이나 증권사의 계좌 내역, 카드 이용 내역 등 정보를 기반으로 한 소비 내역을 보여주는 수준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내가 ‘지난 달 온라인 쇼핑에 소득의 절반 이상을 썼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외에 가계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한 마디로 ‘내 손안의 금융비서’는 걸음마 뗀 아기였다. 허탈했다.

마이데이터, ‘내 손 안의 금융 비서’?…글쎄

KB스타뱅킹 앱에 접속해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했다. “○○○님에게 딱 맞는 AI(인공지능) 맞춤상품을 만나보세요”란 문구가 떴다. 은행은 나의 자산관리 유형을 “#동서학개미”, “#뉴어덜트”로 분류했다. 여기까지 오케이. 그런데 그 다음이 없었다. ‘동서학개미’로서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라는 것인가.

‘나를 위한 AI 맞춤상품’ 배너를 클릭했다. “투자성향 분석을 진행하시겠습니까?” 정보 제공에 동의할 때까지만 해도 ‘알아서’ 상품을 AI가 추천할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또 뭔가 ‘동의’를 해야 했다. 그 뒤부터 최근 대출 여부부터 연령대, 연 소득, 투자 경험 등을 물었다. 모두 이미 금융사들에 제공했던 기초 정보였다. 이어 투자 목적, 투자 예상 기간, 기대 수익 및 감내할 수 있는 손실 등 투자성향을 묻는 말이 이어졌다. ‘내 손 안의 금융 비서’는 너무 많은 정보를 요구한다고 느낄 소비자도 있겠다 싶었다.

KB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 화면 갈무리

하나은행은 개인의 지출 습관, 자산관리 스타일 등 소비자의 금융 서비스 이용 성향을 재미있는 표현을 써 알려주는 점이 눈에 띄었다. “○○○님의 자산관리 스타일을 알려드립니다. (당신은) 예비자금을 선호하는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눈길 끄는 표현만 빼면 실속있는 내용은 없었다. “일부 금액을 펀드로 운용해보시길 추천해요”라는 문구를 보고 클릭해봤다. ‘갈아 탈 펀드 종목을 알려주려나?’하는 기대감도 잠시, 화면에는 계좌 잔액 현황만 보였다. 딱 거기까지였다. 허무했다. ‘금융 비서’라면 적어도 나에게 적합한 펀드 상품 한두 가지 정도는 소개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나은행 애플리케이션 화면 갈무리

그리 똑똑하지 않은 금융비서를 탓하자 사업자 쪽은 이런 설명을 내놨다. “소비자가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했더라도 금융소비자법에 따라 은행이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하려면 투자성향 분석을 먼저 해야 한다.” “현재 사업 초기 상황에서 정보제공자는 은행, 증권사, 카드사, 통신사 정도가 대부분이라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사실상 초보적인 자산관리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다.” 단기간에는 만족도 높은 서비스 제공은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사업자들은 소소한 차별화 포인트를 앞세워 소비자 몰이에 한창이다. 예컨대 국민은행은 지출 내용 정보를 기반으로 소비자 씀씀이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외식비·커피·홈쇼핑 등 줄이기, 한 달 예산으로 살기 등 ‘챌린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비슷한 연령, 소득 수준인 비교그룹의 소비 행태와 나의 소비를 비교해주고 절약을 유도하는 서비스로, 챌린지에 성공하면 일반 입출금 통장보다는 높은 이율(0.6%)을 준다. 금융 자산 외에 상품권이나 회원권부터 현금, 금 등의 자산을 직접 등록해 시세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었다.

KB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 화면 갈무리

마이데이터, 어느 금융사 선택해야 할까…이용 않는다면 꼭 해지 신청

서비스가 고만고만하다면 어느 사업자 서비스를 선택해야 할까. 더구나 현재까지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등록한 업체는 모두 33곳에 이른다. 특정 금융사를 이용하려면 계좌나 카드, 아이디 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평소 자주 이용하는 금융사를 택하는 편이 편리하다. 다만 앞으로 서비스 품질이 크게 개선된다면 직접 이용해보고 고르는 것도 추천한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자신의 개인정보 제공에 일일이 동의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혹시 더는 이용하지 않을 업체에 대해서는 서비스 이용 해지를 신청해야 한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용을 멈추길 원하거나 정보 제공 기관을 바꾸고 싶다면 언제든지 관리 페이지에 들어가 ‘해지’ 또는 ‘변경’할 수 있다. 정보 보호를 위해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꼭 해지하는 편이 안전하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KB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 화면 갈무리
KB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 화면 갈무리
KB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 화면 갈무리
하나은행 애플리케이션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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