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병규, 이제 지도자로 출발합니다" 롯데 새 코치 출사표[인터뷰]

고봉준 기자 2022. 1. 1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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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이병규 2군 타격코치가 11일 상동구장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해,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해, 고봉준 기자] “가장 기억 남는 순간이요? 은퇴 전 마지막 안타를 때린 날입니다. 그날 경기에서 제가 동점타를 치고, 이대호 형이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이겼거든요.”

16년 프로 인생을 돌이켜 보던 롯데 자이언츠 이병규(39) 2군 타격코치는 가장 기억 남는 순간으로 지난해 5월 18일 열린 대구 삼성 라이언즈전을 꼽았다.

이날 롯데는 8회말까지 6-8로 지고 있었지만, 9회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무너뜨리고 짜릿한 역전승을 챙겼다. 1사 1·3루에서 나온 안치홍의 땅볼 타구를 삼성 유격수 이학주가 놓쳐 1점을 뽑았고, 이어 이병규가 우전 적시타를 터뜨려 8-8 동점을 만든 뒤 딕슨 마차도가 좌전 2루타를 때려내 9-8로 이겼다.

길이 회자될 명장면도 연출됐다. 포수를 모두 소진한 롯데는 9회 마지막 수비에서 마무리 김원중이 등판한 가운데 이대호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공을 받아 화제를 낳았다.

이날 경기의 초점은 역시 이대호의 포수 출전이었다. 2001년 데뷔 후 처음으로 안방마님으로 뛴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병규 코치에겐 이날이 자신의 프로 인생에서 마지막 안타를 때린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 코치는 11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진행된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구단과 은퇴를 논의하게 됐다. 물론 그 뒤로도 몇 경기를 뛰기는 했지만, 안타는 뽑지 못했다. 결국 당시 삼성전이 내 프로 인생에서 마지막 기쁨으로 기억될 날이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018년 롯데로 이적한 뒤 베테랑 타자로서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적인 안타를 때려냈던 이 코치는 지난해 7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사령탑 교체 후 선수단이 엔진을 젊은 동력으로 교체하는 상황에서 한계를 느껴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물론 고민은 많았다. 아직은 더 뛸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본인과 후배들의 앞날을 위한 선택은 은퇴였다.

이 코치는 “사실 은퇴는 이미 마음속으로는 준비하고 있었다. 다만 은퇴 후 어떤 일을 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이 더 컸다. 다행히 구단에서 코치라는 좋은 기회를 주셔서 후회 없이 유니폼을 벗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종아리 부상도 결정적이었다. 선수로 뛰면서 정말 많은 부상을 경험해봤지만, 종아리가 터지는 것만큼 아픈 부상은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잘 늘어나지 않으면서 무리가 왔고, 결국 더는 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 현역 시절의 이병규 코치. ⓒ곽혜미 기자

경북고와 한양대를 거친 이 코치는 2006년 LG 트윈스와 육성선수 계약을 통해 프로로 뛰어들었다. 방망이만큼은 재질이 뛰어나다는 아마추어 시절 평가답게 입단 후 빼어난 타격을 통해 조금씩 존재감을 알렸다.

그러나 이 코치는 LG에서 좀처럼 확고한 주전으로 도약하지는 못했다. 잔부상도 많았고, 같은 포지션에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즐비했다.

보이지 않는 장벽도 있었다. 바로 동명이인 대선배 이병규였다. 이름부터 포지션, 좌투좌타라는 특성까지 같은 11살 위 이병규는 후배인 이 코치의 영원한 비교대상이었다. 당시 둘을 구분짓기 위해 생긴 별명이 바로 ‘큰 이병규’와 ‘작은 이병규’였다.

이 코치는 “이병규 선배와 비교는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었다. 그렇게 뛰어난 선수와 함께 작은 이병규라고 불리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웃었다. 이어 “이병규 선배는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아는 선배였다. 또, 프로 의식과 관련해서 후배들에게 늘 책임감을 주문했다. 함께 뛰면서 많은 부분을 배웠다”고 말했다.

16년의 프로 생활을 뒤로하고 지도자로 변신한 이 코치는 요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까지 KBO에서 진행한 코치 아카데미를 수강했고, 새해 들어서도 평일마다 상동구장으로 나와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연수 성격이 짙었지만, 올 시즌부터는 정식 지도자로서 출발하는 터라 더욱 단단하게 준비하고 있다.

이 코치는 “선수 때와는 다른 부담이 있다. 몇십 명의 선수들을 책임감을 갖고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 선수들 모두 각자의 개성이 다른 만큼 이와 맞게 지도해야 하는 점도 쉽지 않다”고 코치로서의 부담감을 이야기했다.

신임 코치로서의 포부도 밝혔다. 후배들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똑똑한 내비게이션이 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신인 그리고 2군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는 이 코치는 “그동안 정말 아깝게 현역 유니폼을 벗는 후배들을 많이 봤다. 재능은 충분한데 이를 잘 살리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았다”면서 “목적지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처럼 후배들의 길라잡이가 되고 싶다. 물론 가끔은 휴게소도 안내하면서 선수들이 가끔은 쉬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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