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내며 2,000만 원 빚에도 등굣길 빵 나눔" 남해의 '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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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쌍식(48)씨는 정초 100여 명이 넘는 학생들로부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받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기와집에서 잘 살았죠. 부모님이 보증을 잘못 서 집에 '빨간 딱지'가 붙고 쫄딱 망했지만요.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500원 용돈을 손에 쥐여 주며 주위에서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돈은 없어도 집엔 늘 사람이 와야 한다'는 아버님 말씀도 제 삶의 나침반이 됐고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제빵을 배운 김씨는 그 이후 빵으로 마음을 나눌 꿈을 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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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쌍식(48)씨는 정초 100여 명이 넘는 학생들로부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받았다. 김씨는 학교 선생님이 아니다. 경남 남해군에서 빵집 '행복베이커리'를 운영한다.
10평(약 33㎡) 남짓의 작은 빵집 옆 골목을 따라 2, 3분 걸어가면 남해초등학교가 나온다. 학교 가는 어린이들이 아침에 허기진 채로 공부하지 말라고 김씨는 등굣길에 가게 앞 선반에 빵을 공짜로 내놓는다. 요즘엔 방학이라 빵 40여 개를 내놓지만, 학기 중엔 100여 개를 선반에 올려놓는다. 공짜 빵이 놓인 선반엔 '아침밥 굶지 말고!! 하나씩 먹고 학교 가자. 배고프면 공부도 놀이도 힘들지용~~!'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빵집 옆 초등학교뿐 아니라 주변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이 빵을 손에 쥐고 빈속을 달랜다. 그런 학생들을 김씨는 "아들" "딸"이라고 부른다. "아직도 배고픈 아이 많아요. 자식 같잖아요. 그렇게 편하게 지내다 보니, 제가 선생님들보다 학생들한테 인사를 더 많이 받는 것 같아요." 11일 전화로 만난 김씨가 웃으며 말했다.
김씨는 2020년 4월부터 등굣길 빵 나눔을 했다. 소보로빵, 크림빵, 카스텔라, 쿠키 등 메뉴도 매일 바꾼다. 지난해 봄, 빵 집 주변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 15명이 나왔을 때 일주일을 제외하곤 한 주도 나눔을 쉬지 않았다. 지역 내 장애인 복지 시설 등 8곳에도 매달 빵을 보낸다. 이렇게 김씨가 나누는 빵값만 1년에 2,000만 원이 넘는다. 김씨의 선행은 18년째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기와집에서 잘 살았죠. 부모님이 보증을 잘못 서 집에 '빨간 딱지'가 붙고 쫄딱 망했지만요.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500원 용돈을 손에 쥐여 주며 주위에서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돈은 없어도 집엔 늘 사람이 와야 한다'는 아버님 말씀도 제 삶의 나침반이 됐고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제빵을 배운 김씨는 그 이후 빵으로 마음을 나눌 꿈을 꿨다고 한다.
김씨의 가게는 월세다. 코로나19로 손님이 뚝 끊겨 가게 운영에 타격을 입었지만, 그는 계속 공짜 빵을 등굣길에 내놨다. 김씨는 "요구르트는 사서 줘야 해 장사가 안됐던 지난해 4~6월엔 요구르트를 학생들에 공짜로 주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두 차례나 거절했던 'LG의인상'을 지난해 받은 것도 상금을 받아 어떻게든 빵 나눔을 하고 싶어서였다. 돈을 빌려 빵집 운영을 이어왔던 김씨는 어느덧 2,000만원 넘게 빚을 졌다. 지난가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뒤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부쩍 늘면서 그는 이제 빚을 많이 갚았다고 한다. 그래도 "공짜 돈은 안 된다"는 게 김씨의 신념이다.
"신용카드로 산 빵값 이상 긁고 가시는 분도, 빵 나눔에 쓰라며 돈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마음은 감사하지만, 그 돈은 안 받습니다. 노력하지 않은 돈은 제 돈이 아닙니다. 기부도 제 몸을 굴려 해야죠. 정말 어쩔 수 없이 받게 된 380만 원은 모두 기부했습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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