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미지명→호주행→껍데기집 알바' 역경 끝 KS를 밟은 투수가 있다 [오!쎈 인터뷰]

이후광 2022. 1. 12.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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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권휘 / OSEN DB

[OSEN=이후광 기자] 한 돼지 껍데기 전문점 아르바이트는 어떻게 꿈의 무대인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을까. 수많은 시련 속에서 야구는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권휘(22)는 지난해 두산 베어스가 발굴한 투수 유망주 중 1명이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2020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해 마침내 2년차인 지난해 24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2.66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비록 보직은 추격조 및 롱릴리프였지만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졌고, 이에 힘입어 한국시리즈 2경기를 포함 포스트시즌 5경기라는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권휘는 최근 전화인터뷰에서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초반 1군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 2군에 있던 시간이 많았지만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까지 들어간 한해였다. 던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영광이었다”라고 2021시즌을 되돌아봤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의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2차전(1이닝 무실점)과 4차전(1⅔이닝 무실점)에 나선 그는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 등판했지만 던질 수 있게 내보내주신 것만으로도 기뻤다. 마운드 위에서도 긴장보다 오히려 설레고 행복했다”며 “한 가지 아쉬운 건 시즌 막판부터 많아진 볼넷이 그대로 이어졌다. 내 보완점을 확실히 알게 된 경기였다”라고 전했다.

권휘는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22살의 어린 나이임에도 수많은 역경이 찾아왔고, 이를 극복하고 극복한 끝에 프로의 꿈을 이뤘다.

첫 번째 좌절은 프로 미지명이었다. 덕수고 재학 시절 선발투수로서 괜찮은 활약을 펼쳤으나 10개 구단의 외면을 받았다. 그리고 택한 길은 대학교가 아닌 호주프로야구 질롱 코리아였다.

권휘는 “부모님과 감독님은 내가 대학에 가길 바라셨다. 대학은 분명 안정적인 선택지였다”라며 “그러나 난 호주리그에 한 번 가보고 싶었다. 당시 부모님과 마찰이 있었고, 집을 나가기도 했지만 결국 내 편이 돼 주셨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호주 생활은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 권휘는 “호주에 있는 동안 정말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그 시절이 없었다면 프로선수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 곳에서 내 수준을 알았고, '나는 선수도 아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귀국했다. 돌아와서도 고쳐야 할 점을 싹 다 고치려 노력했고, 얼마 뒤 두산에 입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산 권휘 / OSEN DB

귀국 후 두산 입단까지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다. 이 또한 큰 인생 공부가 됐다. 그는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는데 경력이 없어 많이 떨어졌다. 어느 곳이든 경쟁하기 쉬운 곳은 결코 없다는 걸 알았다. 야구가 아니면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생각도 했다”며 “어렵게 돼지 껍데기 전문점에서 일할 수 있었다. 2~3달 정도 아르바이트와 야구를 병행했다. 지금은 야구하면서 돈 벌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고 웃었다.

권휘가 지난해 김태형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장 큰 요인은 자신감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자신감 하나로 1군 생존을 이뤄냈다. 매 경기 신중한 투구는 물론 삼진을 잡을 때마다 그 누구보다 큰 세리머니로 1아웃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 감독은 당시 그를 보고 “자신감은 세계 최고다. 한국시리즈 7차전 마지막 삼진을 잡은 줄 알았다”고 기분 좋은 농담을 했다.

권휘는 “감독님이 내게도 자신감은 세계 1위라고 장난을 치신다”며 “마운드 위에서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내게 좋을 게 하나도 없다. 물론 매 번 자신감이 넘칠 순 없다. 게다가 나는 구위가 엄청난 투수도 아니다. 그래서 더욱 악으로 깡으로 던지려고 노력한다”고 세리머니가 큰 이유를 밝혔다.

물론 사람이기에 권휘도 가끔 본인의 세리머니에 눈치를 볼 때가 있다. 권휘는 “프로에 어렵게 입단했기에 마운드가 절실하다. 그만큼 더 집중을 하게 되고, 삼진을 잡는 게 정말 행복하다. 감정을 표출할 때 희열이 있다”며 “이제 올해부터는 어느 정도 상황을 보며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 그런데 그보다 일단 타이트한 상황에 등판할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휘는 한국시리즈 종료와 함께 쉬는 시간 없이 곧바로 마무리캠프로 향했다. 지난해의 경험을 발판 삼아 올해 더 나은 투수가 되겠다는 의지였다. 권휘는 “형들이 쉬더라도 나는 운동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훈련을 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쉴 때보다는 운동할 때 머릿속이 덜 복잡해서 좋다”며 “운동을 하며 올해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휘의 프로 3번째 시즌 목표는 체력 강화다. 지난해 1군의 매력을 제대로 느꼈기에 올해 또한 1군에서 끝까지 살아남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체력이 무조건 뒷받침돼야 한다.

권휘는 “팀에 보탬이 되는 건 당연하고, 올해는 더 많은 이닝과 공을 던질 수 있는 체력을 만들겠다. 감독님께서도 체력을 보완하고 오라고 말씀해주셨다”며 “더 좋은 선수가 되도록 지금 이 시기를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 감독님 말씀을 새겨 듣고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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