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TECH REVIEW] "카카오 최종병기는 블록체인 플랫폼..M·B·N 세계진출 원년으로"
M·B·N 기술 상용화에 있어 카카오 공동체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자체 플랫폼이다. 그라운드X를 지휘하는 한재선 대표(사진)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창시자다. 벤처캐피털(VC) 퓨처플레이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던 그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러브콜을 받고 카카오에 합류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보유한 것은 카카오가 전 세계적으로도 유일하다. 매일경제는 한 대표를 만나 2022년 블록체인과 NFT 사업 계획, 시장 전망을 물었다. 한 대표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한 대표와의 일문일답.
▷그라운드X는 이제 NFT 사업에 '올인'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NFT 사업의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작년부터 NFT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여러 앱과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지난달 출시된 NFT 거래 플랫폼 '클립드롭스'를 통해 올해는 이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가깝게는 동남아시아부터 시작해 멀게는 북미, 유럽에까지 진출하려 한다.
―NFT의 경우 오픈시(Open Sea) 등 해외 경쟁 플랫폼이 많다. 업비트도 NFT 거래소를 만들겠다고 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파이가 커지는 것은 환영한다. 경쟁 플랫폼을 의식하기보다는 NFT의 '쓸모'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려 한다. 현재는 NFT가 투자 아이템으로만 여겨지고 있지만, NFT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디지털 예술 작품을 전시하거나 재창작하는 공간을 만드는 식이다.
―NFT 크리에이터 시장에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앞으로 NFT 크리에이터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NFT는 콘텐츠 자체를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는 크리에이터가 만든 작품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광고 수익이 주수입원이 된다. 하지만 NFT 시장에서는 본인이 만든 작품 자체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다.
▷양적으로는 많이 성장할 것이라 본다. 많은 작가들이 NFT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작품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작품에 대한 수요 증가는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라 개별 작품의 가격 자체는 조금 하락할 수 있도 있다. 수요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아트를 향유하는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NFT가 아직은 미술 분야에 국한된다. 어떤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까.
▷최근 나이키가 패션 NFT 스타트업인 'RTFKT'를 인수하는 등 NFT를 이용한 디지털 패션 분야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제페토' 등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아바타에 입힐 옷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NFT도 주목하는 시장이다. 게임이 NFT 대중화를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플랫폼과 협업할 계획이 있나.
▷서로 다른 플랫폼 간 NFT 작품들을 호환시킬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를테면 그라운드X가 샌드박스 내에 전시장을 열고, 작가들이 그 안에서 NFT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만드는 식이다. 호환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글로벌 사업 진출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투기는 경계해야 하고 투자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NFT가 각광받은 이유는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어서다. 처음에는 쿠폰으로 NFT를 찍어봤다. 하지만 자산으로서 가치가 없으니 아무도 관심이 없더라. 지금은 시대적으로 자산에 대한 활용이 커진 시대다. 극단적으로 가면 투기이지만, 롱텀으로 보는 투자는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버블이 꺼지면 자산으로서의 NFT 가치도 떨어지지 않을까.
▷2017~2018년 경험한 바 있다. 가능한 시나리오다. 환상을 갖지 말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도 있다. 투자 자산으로 NFT를 접근할 때 유동성이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일례로 비트코인 클레이는 바로 팔 수 있는데, NFT는 안 팔린다. 팔고 싶어도 못 판다. 대체불가라서 그렇다. 대체가능하면 다 똑같으니 묶어서 팔 수 있겠지만. NFT는 금, 주식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유동화가 안 될 것을 생각해 투자하고, 그런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 미래이니셔티브, 크러스트와 역할을 어떻게 분담하나.
▷클레이튼 관련 플랫폼은 크러스트가 총괄한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진출을 노린다. P2E, 디파이, 블록체인 적용 B2B 등 다양한 사업을 하게 된다. 그라운드X는 NFT에 집중한다. 미래이니셔티브는 말 그대로 미래에 관련된 기술을 발굴한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을 믹스업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크러스트는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다. 싱가포르의 장점이 있나.
▷싱가포르는 규제를 클리어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한다. 한쪽 방향으로 규제만 열심히 만들면 산업이 살지 못한다.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싱가포르는 규제를 명확하게 하면서 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신사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뜻이다.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을 다지고, 해외로 나갈 계획이다.
▷카카오가 그라운드X를 빨리 만들었다. 지금 카카오 정도 규모의 상장회사 중에서 이더리움과 같은 '레이어1' 자체 플랫폼을 가진 곳은 글로벌하게 카카오가 유일하다. 메타도 못 이룬 것으로, 대단한 거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그런데 기존 사업과 크립토·블록체인 사업 문법은 전혀 다르다. 유저들의 행동도 기존 서비스와 많이 다르다. 회사가 더 말랑말랑해져야 한다. 또 지금보다 훨씬 유저 접점으로 들어가야 한다. 서비스를 유저와 함께 만들고, 그들의 생태계 안에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건 카카오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기업에 쉽지 않은 것이다. 역으로 스타트업에 정말 좋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우리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을 너무 오래 보고 살고 있다. 블록체인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새로운 회사들이 출현할 것이다.
―VC에서 카카오(그라운드X)로 전직했다. 이유가 있었나.
▷VC에 있으면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드론 등 소위 말해 핫하다는 기술을 많이 봤다. 어떤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특히 주주자본주의의 한계를 해결하는 서비스가 어디에서 나올지 주목하고 있었다. 블록체인이 등장하면서 잠재력을 봤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카카오에서 제안이 와서 합류하게 됐다. 처음에는 회사를 만들어 스핀오프하는 컴퍼니 빌더 역할을 맡았는데, 서비스를 준비하다 보니 자체 플랫폼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이것이 '클레이튼'을 만든 이유다.
[황순민 기자 /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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