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산출.공시와 금융시장 선진화
빅뱅은 우주의 탄생을 가져온 대폭발을 지칭하며 매우 큰 변화가 갑자기 발생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 금융시장에서는 지난 11월 26일에 '금융 빅뱅'이라고 부를만한 매우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국채.통안증권 익일물 RP거래를 기반으로 산출하는 무위험지표금리(Risk-Free reference Rate, 'RFR'), 즉,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rea Overnight Financing Repo rate, 'KOFR')가 처음으로 산출.공시된 것이다.
RFR의 개발은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2012년 리보금리 조작사건이 촉발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금융거래지표의 안정성과 신뢰성은 무너졌고 영국 금융감독당국(FCA)은 리보금리 산출중단 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미국, 영국, 유럽 등 해외 주요국은 리보금리를 대체할 자국의 RFR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RFR 개발을 완료하고 RFR기반의 금융거래 활성화를 통해 자국 금융시장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1년 7월 기준으로 영국, 스위스, 일본, 미국의 이자율 스왑거래에서 자국 RFR기반 스왑거래의 비중은 각각 약 74.9%, 47.3%, 40.6%, 10%로 리보기반에서 RFR기반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특히 미국은 선물거래위원회(CFTC)가 SOFR(미국 RFR) 사용을 권고하는 'SOFR First' 이니셔티브를 채택(2021년 7월)한 이후 SOFR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또 미국, 영국의 RFR기반 채권 발행액은 각각 약 4,665억달러, 1,281억달러에 달하며 영국은 변동금리부채권(FRN) 시장에서 SONIA(영국 RFR)가 리보를 대체했다는 평가를 받는 등 지표금리가 RFR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국제흐름에 부응해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2019년 6월에 "지표금리개선 추진단"을 출범하고 RFR 개발을 본격 추진했다. 2021년 2월, 시장참가자그룹(은행.증권.자산운용 등 26개 금융회사)은 치열한 논의와 투표를 거쳐 마침내 "국채.통안증권 익일물 RP금리"를 RFR로 최종 선정하였고, 금융위원회는 RFR 산출.공시기관으로 한국예탁결제원을 지정했다.
RFF은 이론적으로 "신용.유동성 위험이 배제된 상태에서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평균 자금조달비용"으로 현재의 지표금리 대비 다음과 같은 장점을 지닌다. 첫째, 실제 체결된 RP거래를 기반으로 산출되어 조작 가능성이 거의 없다. 둘째, 익일물 국채.통안증권 RP거래 기반으로 산출되어서 무위험이라는 RFR 본래의 특성에 가장 부합한다. 셋째, 다양한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금리로서 시장 대표성이 매우 높다. 넷째, 일정 수준의 변동성을 지녀 금리파생상품 수요 창출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익일물 금리인 RFR을 다양한 이자 계산 방식을 통해 30일.90일.180일 등의 기간물 금리에 대응할 수 있는 평균금리를 산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RFR 산출.공시체계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RFR은 기타 지표금리와 마찬가지로 잠시 주목을 받다가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RFR은 CD금리의 대체금리로 사용되거나 대출, 변동금리부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 계약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RFR의 산출.공시 오류는 국내 금융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RFR 산출.공시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은 무결점.무오류의 RFR을 산출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금융 빅뱅'의 시발점으로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의 산출.공시는 이미 시작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KOFR의 원활한 시장 정착과 활성화일 것이다. 정책당국은 이를 위한 첫 출발로 KOFR선물 상장, KOFR기반 FRN 발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시장참가자들 역시 KOFR가 IRS(Interest Rate Swap) 시장에서 CD금리를 대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대출 등 현물시장에도 활용도를 높여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KOFR OIS(Overnight Index Swap) 시장 개설을 통해 우리 금융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해외 주요국처럼 무위험지표금리(RFR)인 KOFR를 산출.공시하게 되었고, 이것은 새로운 시장 개설과 금융상품 출시를 통해 우리 금융시장을 한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KOFR가 단순히 CD금리의 '대체'금리가 아닌 대한민국의 '대표'금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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