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눈앞에 온 인간 장기 대체 시대

김철중 논설위원·의학전문기자 2022. 1. 1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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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박동이 없어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가슴에 청진기를 갖다 대면 두근거리는 심박동 대신 ‘슥~’ 나직한 기계음이 들린다. 인공심장 펌프 돌아가는 소리다. 국내 200여 명을 포함, 전 세계서 수십만 명의 말기 심장병 환자들이 펌프를 이식받아 살고 있다. 양 옆구리에 매단 배터리가 모터 펌프를 1분에 1만번 고속 회전시켜 전신에 피를 돌린다. 그 덕에 골프를 치고, 계단을 오른다.

▶코로나 감염으로 폐가 망가진 환자에게 쓰이는 에크모(ECMO)는 일종의 인공 폐다. 정맥 피를 밖으로 빼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녹여서 대동맥에 넣어준다. 전격성 간염으로 간 기능이 정지되면 며칠 만에 사망하지만 신장 투석하듯 피를 빼내 인공 간에 돌려서 수백 종류의 대사 물질을 해독하는 기술도 있다. 미국서 이런 인공 간이 100여 명에게 시행됐다.

▶죽고 사는 문제만이 아니다. 남자 성기에 피가 들어가지 못하거나 밑 빠진 독처럼 피가 빠져나가면 발기가 일어날 수 없다. 이런 사람의 고환 안에 심은 용액 주머니 버튼을 누르면 용액이 성기 속 관으로 흘러 들어가 발기가 된다. 콜라겐 지지체를 이용한 인공 피부는 화상 환자에게 덮인다. 그래도 사람 모발을 대신하는 것은 아직 없다. 모낭은 면역반응이 강해서 동물 털 이식도 힘들다.

▶사람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이 미국서 처음으로 성공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면역 거부 반응이 없도록 유전자가 변형된 돼지 심장을 말기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한 것이다. 수술 3일이 지나 심장 박동이 정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식용 미니 돼지는 사람과 장기 크기나 해부학 구조가 비슷해 이식 장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돼지 신장이 사람에게 이식됐고, 간세포 덩어리는 인공 간 틀에 쓰인다.

▶최근에는 줄기세포로 만든 세포 뭉치들을 낡은 조직에 넣어주는 세포 이식이 활발하다. 망막 세포를 만들어 실명 망막에 찔러주고, 적혈구 대량생산으로 수혈을 대신한다. 심장 근육 역할을 하는 파스를 만들어 병든 심장에 붙인다. 췌장 세포 덩어리를 주입해 혈당을 조절한다. 도파민이 부족한 파킨슨병 환자 뇌 속에 도파민 줄기세포를 심기도 한다. 거의 모든 장기가 교체되는 바야흐로 인간 장기 대체 시대다. 앞으로는 장기 기능 보존보다 대체 장기들을 지니고 다닐 몸통 내구성이 수명에 더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몸이 튼튼해야 첨단 의학도 받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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