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맨큐 ‘기본소득 옹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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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지난해 9월 자신의 기본소득 구상을 지지한다는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를 여럿 거명했다. 그중 눈에 띈 사람이 세계 경제학도의 베스트셀러 교과서 ‘맨큐의 경제학’을 쓴 니컬러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다. 이 후보는 “유명 보수 경제학자인 맨큐 교수도 기본소득을 옹호했다”고 했다. 맨큐는 2020년 3월 ‘미 전 국민에게 월 1000달러(120만원)를 즉시 지급하자’며 기본소득(basic income)이라 이름 붙인 적이 있다.
맨큐 교수와 최근 신년 인터뷰를 했다. 어떤 철학인지, 이 후보의 기본소득제를 옹호하는 게 맞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맨큐는 “팬데믹 초기 미국 경제 봉쇄가 워낙 가공할 만했다. 서민 생계 선이 무너질 수 있었다. 정부가 소득 수준을 선별해 나눠주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전 국민에게 빨리 나눠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심각한 경제 봉쇄 와중, 한시적으로, 행정 비용 절약을 위해 제안했다는 것이다.
불황이 너무 심해 기본소득을 꼭 도입해야 한다면 부자에게서 세금을 더 거둘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맨큐는 “증세로 기본소득 주자는 구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부유세 같은 것으론 생각만큼 세수 못 늘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이든 정부가 돈을 너무 풀어서 인플레가 심해지지 않았느냐”며 “경제의 파이를 모든 이에게 똑같이 나눠주면서 동시에 파이를 키울 수는 없다”고 했다.
귀중한 인터뷰 시간을 헐어 ‘한국형 기본소득’을 더 파헤칠 이유는 없어 보였다. 이 후보가 맨큐까지 동원해놓고 11월 반대 여론에 밀려 기본소득 공약을 철회한 때여서, 이 문제가 더 이상 이슈가 안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인터뷰 기사가 나간 다음 날인 1월 4일 이 후보가 기본소득을 다시 꺼내 들었을 땐 아차 싶었다.
맨큐 교수뿐 아니라 미국 일부에서 나오는 기본소득 주장은 우리와 맥락이 전혀 다르다. 미국은 보편적 현금 복지란 게 없는 나라다. 탈모 지원은커녕 전 국민 의무 의료보험도, 무상보육도, 아동수당도, 무상급식도, 무상교복도, 육아휴직 지원금도 없다. 이런 것을 다 하면서 ‘밥 위에 떡 얹듯’ 기본소득까지 주자는 정치인이나 학자는 보지 못했다.
기본소득은 팬데믹 와중 극빈층 붕괴를 막자는 의도에서 실험적으로 용인되고 있다. 알래스카주가 40년 전부터 주민 이탈을 막으려 석유 판 돈으로 소액의 기본소득을 나눠준 경우 외엔, 시카고와 LA가 저소득층 수천 가구를 선별해 월 500~1000달러를 주기 시작한 정도다. 결점이 많은 시스템이지만 미국은 자유와 자율의 정신을 앞세워 세계 최대의 혁신 동력과 부의 원천을 만들어왔다. 한국 좌파 정치인들조차 베네수엘라가 아닌 미국에 몰려가고 미 전문가를 소환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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