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45] 프랑켄슈타인이 될 것인가?

김규나 소설가 2022. 1.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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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

노예여. 전에 내가 알아듣게 설명해주었건만, 내가 겸손하게 대해 줄 필요가 없다는 걸 너 스스로 증명했구나. 내게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너는 네가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네가 대낮의 햇빛조차 증오스러워할 만큼 비참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너는 내 창조자지만, 내가 네 주인이다. 복종하라!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여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굵직굵직한 추문과 의혹이 끊이지 않는데도 지지층이 확고한 모양이다. 높은 자리일수록, 혐의가 클수록 해당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침묵하거나 얼렁뚱땅 사과하는 것으로 끝이다. 그래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지지 세력이 공격하고 매도한다. 그렇게 혐의는 묻히고 당사자는 대중 앞에 나와 연예인처럼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독자는 없겠지만 200여 년 전 18세 여성 작가가 쓴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면 대부분 놀란다. 프랑켄슈타인이 괴물 이름이 아니라고 하면 또 한번 놀란다. 괴물을 만든 사람이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다. 그런데도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이 만든 괴물의 대명사가 되었다.

빅터는 생명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흉측해서 무책임하게 도망쳤다.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데 분노한 괴물은 빅터를 찾아가 힘을 가진 자기가 주인이라며 노예처럼 시키는 대로 하라고 명령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고통을 주겠다고 협박한다. 결국 빅터는 사랑하는 사람을 괴물에게 모두 잃고 자신도 죽음에 이른다.

선거 전에는 국민의 종이라며 땅바닥에 엎드려 표를 구하지만 선출되고 나면 ‘네가 뽑았지만 내가 너의 주인이다. 복종하라’며 자유를 억압하고 괴롭히는 정치인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어떤 세상을 창조하고 싶은 것인가? 우리가 만들고 남긴 것들이 훗날 우리의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번 결정되면 돌이킬 수 없다. 괴물을 만들고 고통 받은 프랑켄슈타인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 지난 5년,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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