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호랑이에도 국적이?
한국판은 장용익씨 작품 표지로..
한지 8시간 접어 용맹한 '범' 완성
종이호랑이에도 국적이 있다. 휴고상·네뷸러상·세계환상문학상 등 SF 소설 분야 최고상을 받은 중국계 미국인 켄 리우의 소설 ‘종이 동물원’의 한국어판 표지가 호랑이의 해를 맞아 재조명됐다. 출판사 황금가지는 신년을 맞아 지난 2018년 출간한 책 표지를 장식한 종이호랑이에 관한 사연을 소개했다. 2016년 미국에서 출간된 원서의 표지 속 종이호랑이와 다르게, 한국 책 표지에는 한국인 작가 장용익(31)씨의 호랑이 작품이 담겨 있다.
‘종이 동물원’은 백인 아버지와 국제결혼을 한 중국인 어머니가 종이접기로 만들어준 동물들이 움직이면서, 어머니의 사랑을 아들이 뒤늦게 깨닫는 내용의 작품. 13개 언어로 번역됐다. 출판사는 원서 표지 속 호랑이의 모습이 아쉬웠다고 한다. 캐나다 종이접기 작가 쿠엔틴 트롤립이 만든 호랑이는 인형같이 반듯하게 서있는 느낌이던 것. 용맹스럽고 역동적인 호랑이를 위해 한국인 작가를 찾았다.
종이접기는 자르거나 풀칠하지 않고 오로지 종이 한 장을 접어나가며 대상을 만드는 예술. 장 작가는 “가로·세로 95cm의 한지를 8시간 접어 머리부터 꼬리까지 60cm 길이의 작품 ‘범’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한국 책 표지를 접한 켄 리우는 “마음에 쏙 든다”며 만족해했다고 한다. 그는 “내 글쓰기의 본질은 은유적인 것을 선명하고 직접적인 것으로 변신시키는 일”이라며 “평평한 종이를 접고 포개고 끼우고 말아서 멋진 형상을 만드는 일과 같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