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대선 三修 안철수가 마크롱과 다른 이유
뉴 안철수로 마크롱 되겠다는데
이재명 유리한 3자 구도 흐름
‘나 홀로’ 외치다간 세 번째 실패

2012년 11월 대선 후보 안철수와 인터뷰했다. 단일화 상대인 문재인 후보에 대한 불만이 배어 나왔다. 목소리도 떨렸다. 그래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흘 후 문 후보에게 양보하고 자진 사퇴했다. 그는 2017년 문 후보와 다시 맞붙었다. 지지율이 문 후보 턱밑까지 치고 올라갔다. 야권에선 단일화 얘기가 나왔지만 눈길조차 보내지 않았다. TV 토론에서 “내가 MB 아바타냐”고 따지다 맥없이 무너졌다.
안 후보는 첫 번째 실패로 ‘야권 대선 후보 문재인’을 만들어 줬다. 두 번째 실패로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그는 “문재인에게 양보한 게 가장 후회스럽다”고 했다. 그는 좀처럼 다른 사람을 직설적으로 욕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외가 문 대통령이다. “문 정권 심판”은 그의 정치 구호가 됐다.
대선 삼수(三修)인 안 후보는 과거와 달라졌다. 애매한 ‘새 정치’ 대신 구체적 정책을 얘기한다. ‘초딩(초등학생) 같다’는 말투는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토론 때 떨림도 줄고 감정 조절도 좋아졌다. 과거 실패에 대해선 “부족했다”고 인정한다. 정치적 강단도 생겨 ‘간철수’란 별명도 희석됐다. 인터뷰 때면 미래 비전과 경제·민생 공약을 꿴다. 4차 산업혁명과 IT, 미래 먹거리 정책은 전문가 수준이다. 본인이나 가족 관련 의혹도 거의 없다. 다른 후보들이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할 때 그는 연금·노동 개혁을 말한다. 안철수를 새로 봤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는 요즘 한국의 마크롱이 되겠다고 말한다. “야권 후보 단일화도 없다”고 한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중도 신생 정당을 만든 뒤 30대 젊은 바람으로 대선을 이기고 한 달여 후 총선에서도 과반 승리한 것을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당시 여야 주요 정당 후보가 10%대 득표에 그칠 정도로 지리멸렬했다. 하지만 지금 여당은 분열되지도 않았고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40%에 육박한다. 내분을 봉합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율도 반등하고 있다. 여당에 유리한 3자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같은 결선투표는 없다. 총선까지 2년도 더 남았다. 만일 대선을 이겨도 3석 정당으로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대통령은 나 홀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안 후보는 지난 10년간 ‘자기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정치적 동지도 세력도 별로 없다. 집권하려면 경쟁 세력까지 끌어안고 외연을 넓혀야 한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은 ‘3당 합당’과 ‘DJP 연합’ ‘후보 단일화’의 길을 걸었다. 지금 정권 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50%를 넘는다. 문재인 정부가 무너뜨린 공정과 상식, 민생을 바로 세워달라고 한다. 안 후보도 “정권 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 그 키를 본인이 쥐고 있다. 윤석열 후보 측도 안 후보와 손잡지 않으면 대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조만간 단일화 파도가 몰아닥칠 것이다. 단순히 누가 이기고 지느냐 게임이 아니라 야권 전체의 생존,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자리 나눠 먹기 식의 공동 정부가 아니라 야권의 체질을 바꾸고 미래 비전을 새로 만드는 융합과 변혁의 과정이어야 한다. 이걸 주도해 이뤄내면 국민 다수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마크롱의 꿈에 매달려 실기(失機)한다면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가 세 번째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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