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미칼럼] 안철수가 건너야 할 강
선거제도 개혁 위해 헌신할 수 있나
정치 인생 10년이 롤러코스터였다. 어느 날 청년 멘토로 불리며 ‘안철수 현상’의 주인공이 됐다가 본격적인 정계 입문 후 이합집산을 좇는 ‘철수(撤收) 정치’ 딱지가 붙기도 했다. 세 번째 도전하는 이번 대선에서 그의 이름이 다시 오르내린다.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양강 구도를 흔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의 새 정치가 뭔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회자됐다. 물론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했다. 진영 정치를 뛰어넘는 실용적 중도정치를 지향한다고. 10년간 줄곧 추구했다는데 왜 알 수 없다는 이들이 많을까. 다른 정당과의 합당과 탈당, 창당의 곡절 속에 주변 정치인들은 떠났고, 그가 지키고자 한 정치를 위해 어떤 희생의 서사도 남기지 못한 탓이다.
2016년 38석의 제3당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 의석수는 3석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는 척박한 거대 양당 체제에서 생존 자체가 성공이라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한때 그와 그의 정당을 지지했던 많은 유권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는 왜 실패했고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
그는 지난 총선에서 ‘안철수신당’ 간판을 달려다 선관위 불허에 국민의당으로 바꿨다. 사실상 1인 정당을 표방한 것이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총선은 ‘세력’을 뽑지만, 대선은 ‘사람’을 뽑는 선거”라고 했다. 역대 대선은 제3후보들의 무덤이었다.
유권자들은 5년간 나라 운영을 맡길 지도자를 뽑으면서 최선이 아니라 차악이라도 양대 정당에 쏠렸다. 사표(死票) 방지 심리에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해서다. 그는 국회의원 한 명 없이도 대통령이 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언급했지만 결선투표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DJP 연합을 하고도 1.6%차 신승한 김대중정부는 국회에서 김종필 총리 인준을 받는 데 6개월이 걸렸다.
적대적인 두 정당이 싸움과 분열로 기득권을 굳히는 대한민국 정치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향에 공감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그런데도 국민의당, 정의당 같은 제3 세력이 몸집을 키우지 못한 건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안철수라는 깃발로 도전한 10년의 제3 정치가 비록 초라한 대차대조표를 남겼다 해도 오롯이 안철수의 책임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한 사람의 개인기로 국가 권력을 잡을 수 있다는 포부는 판타지에 가깝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실패한 대통령을 만들어내듯이 현행 선거제도는 제3당의 실패를 낳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력 절반을 내줄 테니 선거구제를 바꾸자고 대연정 제안을 한 이유도 지역에 기반한 거대 양당 구도를 깨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서 마크롱이 나오려면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차 득표자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치르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안철수 정치’가 실용적인 중도 정당의 틀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안철수의 시간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정치판을 바꿀 제도적 개혁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라고 본다. 제3 진영에서 10년을 버틴 유일한 정치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 성사 여부는 두고봐야겠지만 보수 진영의 후보단일화 논의가 됐든, 공동정부·협치 내각을 위한 협상이 됐든 명분 있는 변화를 위해서도 그렇다. 그는 “내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한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제왕적 대통령제도, 소수 정당 한계도 해결될 수 있다고. 안 된다면? 안철수도, 제3 지대 정치도 또 실패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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