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희의동행] 불과 2년 만에

입력 2022. 1. 1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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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생겼을까.

그중 한 곳은 밀키트 제품을 파는 가게였고, 또 한 곳은 배달만 하는 떡볶이 집이었고 또 다른 한 곳은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였다.

바로 불 위에 올리기만 되는 반제품 형태의 제품을 파는 가게 안은 삭막했다.

가게 안의 풍경과 낮은 소음들, 넌지시 타인들을 훔쳐보는 옆자리의 시선들과 후각을 자극하는 그 가게만의 독특한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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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생겼을까. 내부 공사를 하느라 어수선하게 어질러진 풍경도 보지 못했는데, 어느 날 뚝딱,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 있었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그곳에는 손톱을 다듬어주는 네일 가게가 있었고, 또 팥죽이나 칼국수 같은 면 전문점이 있었다. 아마 내가 주변의 변화에 그만큼 둔감하고, 무신경한 탓일 것이다. 그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가야 할 곳만 염두에 둔 채 종종걸음치거나 무언가 골똘한 생각에 사로잡혀 그곳을 지나쳐 가면서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삶의 위로나 재미는 느닷없이 마주치는 그 돌발성에도 있는데 나는 늘 정해진 루틴과 궤도 속에서만 바삐 살았다. 천천히 해찰도 하고, 늑장도 부리고 수다도 떨고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얼마나 잘 살아보겠다고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을까.

새롭게 생긴 가게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중 한 곳은 밀키트 제품을 파는 가게였고, 또 한 곳은 배달만 하는 떡볶이 집이었고 또 다른 한 곳은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였다. 바로 불 위에 올리기만 되는 반제품 형태의 제품을 파는 가게 안은 삭막했다. 네모난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찜닭의 재료들은 푸른빛을 내쏘는 냉장 진열대 속에서 각을 맞춰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죽을 팔던 가게는 자구책으로 밀키트 제품을 파는 가게로 업종 변경을 했거나 아예 신규 입점한 모양이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키오스크가 사람을 대신하고 있었고, 배달 전문 떡볶이 집은 아예 식탁과 의자를 없애 그곳에서 시식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상황에 맞게 변화를 모색해 나가는 사람들의 고육지책과 수고가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했다. 가게 안의 풍경과 낮은 소음들, 넌지시 타인들을 훔쳐보는 옆자리의 시선들과 후각을 자극하는 그 가게만의 독특한 냄새. 그것들은 생의 한순간을 위로하는 것들인데, 안타깝게도 그것들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아파트 앞 대로변에 위치한 상가들도 달라지기는 마찬가지다. 꼭 2년 만의 일이었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에 2년은 충분했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 10년이라는데,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시간에 우리의 삶의 양태가 변화해 버린 것이다. 한 미래학자는 이제 미래라는 시간은 5년 후를 일컫는다고 했다. 100년도 아니고, 50년도 아니고, 10년도 아닌, 5년이라니. 물론 미래라는 말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간을 뜻하지만 그래도 통상 미래라는 단어는 막연히 먼 훗날이라는 의미로 우리 속에 인식돼 있었다. 한데 5년이라니.

5년 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세상은 또 어떤 세상일까. 조만간 들이닥칠 미래에 허둥대지 않도록 지금부터 준비하고 싶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세상이 어떤 세상일지 모르므로. 세상이 변하더라도 한 가지,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만은 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은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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