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들, 한밤중 담벼락에 구호 써서 저항

김동현 기자 2022. 1. 1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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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시위 탄압받자 표현방식 바꿔.. 女 교육권·옷 선택 자유권 등 요구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최근 여성 탄압에 반대하는 ‘담벼락 구호’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대낮에 거리 시위에 나선 여성을 탈레반이 무자비한 폭력으로 제압하자, 밤에 몰래 수도인 카불 시내 곳곳의 벽에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구호를 적는 식으로 저항 방식을 바꾼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거리의 벽에 ‘일, 밥, 자유’라는 글귀가 파슈툰어와 영어로 쓰여 있다. 거리 시위 참가자에 대한 탈레반의 무자비한 폭력 탄압을 피해 아프간 여성들은 밤에 몰래 ‘담벼락 구호’를 적는 방식으로 저항하고 있다. /톨로뉴스 유튜브

아프간 여성 타마나 레자이에는 10일(현지 시각) 톨로 뉴스 인터뷰에서 “거리 시위가 폭력과 맞닥뜨리기 시작했다”며 “여성 기본권 달성을 위해 (담벼락 구호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라’ ‘우리도 교육받고 싶다’ ‘일자리, 음식, 자유’ 같은 구호를 스프레이로 쓰면서 여성의 교육과 노동권, 옷을 자유롭게 입을 권리 등을 억압하는 탈레반에 반발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카불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도 이 같은 방식의 시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프간 여성 인권 운동가 나비다 쿠라사니는 “오늘날 여성은 탈레반이 1차 집권했던 20년 전 여성과 다르다”며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리가 주어질 때까지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탈레반은 작년 8월 아프간을 탈환하며 “여성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돌변해 국내외 인권 단체의 비판을 받아왔다. 작년 11월에는 여성의 드라마 출연을 금지하는 미디어 지침을 발표했고, 한 달 뒤에는 친척 남성의 동행 없이 여성의 72㎞ 이상 장거리 여행을 제한하는 조치가 나왔다.

탈레반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통치할 때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앞세워 특히 여성의 활동에 대해 엄격히 통제했다.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이는 공개 처형이 허용되기도 했다. 최근 여성들이 담벼락 구호 시위에 나서는 것과 관련, 에나물라 사망가니 탈레반 부대변인은 “아프간 여성들에게 교육과 노동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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