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이승우의 진심.."후회없이 뛰고 싶어 돌아왔다"
[경향신문]
수원FC 제주 전훈지서 ‘구슬땀’
유럽 무대 실패 아쉬움 뒤로하고
재활 공장장 김도균 감독 지도로
K리그 성공·국대 복귀 굳은 의지
어디를 가나 눈에 띄던 개성은 사라졌다. 샛노란 빛깔의 머리카락은 까맣게 물들였고, 성공을 자신하던 태도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중한 다짐으로 바뀌었다. 새해 고향팀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돌아온 이승우(24)의 변화에선 성공에 목마른 진심이 엿보였다.
이승우는 11일 수원FC 전지훈련지인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수로 뛰고 싶어 한국에 왔다. 후회없이 뛰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실패한 차세대 메시…한국선 살아날까
이승우는 2011년 13세의 나이에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해 차세대 메시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로 불린 이승우는 17세 이하(U-17) 월드컵과 20세 이하(U-20) 월드컵 그리고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무대를 순서대로 밟으며 기량을 꽃피웠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린 장면은 그의 재능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탁월한 재능을 자랑하던 이승우가 정작 유럽 무대에서 살아남지 못한 것은 비극에 가깝다. 그는 헬라스 베로나(이탈리아)와 신트트라위던(벨기에), 포르티모넨세(포르투갈) 등으로 옮겼으나 어느 곳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답답한 시간이 이어졌다. 유럽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 아래 선택했던 신트트라위던에선 반년간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할 정도로 고립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결국 이승우는 경기를 뛸 수 있는 곳을 찾아 한국행을 결정했다. 이승우는 “구단이 저를 선택해주신 것에 후회하지 않도록 잘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라면서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오니 어색하지만,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활하는 것에 집에 돌아온 느낌이 난다”며 웃었다.
이승우의 국내 복귀에서 반가운 것은 수원FC 사령탑인 김도균 감독이 ‘재활공장장’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이다. 김 감독은 2020년 전북 현대에서 퇴출의 아픔을 겪었던 라스(31)와 무릴로(28)를 품에 안아 최고의 외국인 듀오로 바꿔놓은 바 있다. 김 감독은 “이승우는 스타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실력도 뛰어나다. (이)승우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승우도 “감독님에 대한 믿음 아래 수원FC행을 선택했다”고 화답했다.
■ 세리머니 생각은 나중에…실력이 우선
이승우가 K리그에서의 성공을 얼마나 갈망하는지는 진중한 답변에서도 잘 드러난다. 몸 상태와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보다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갈음한 것이다. 큰 대회를 앞둘 때면 호언장담하던 과거와 사뭇 달랐다. 그는 “훈련을 시작한 지 1주일밖에 지나지 않아 몸 상태를 말씀드리기가 쉽지 않다. 경기를 뛰지 않은 시점이라 이르다”면서 “공격 포인트는 최대한 많이 쌓고 싶지만 말로 먼저 이야기하고 결과가 안 좋으면 부담이 된다. 말보다는 경기장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첫 골 세리머니를 묻는 질문에는 “세리머니보다 팀 적응과 제 몸에 대한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1998년생 호랑이띠인 이승우는 호랑이의 해인 올해 수원FC에서 부활해 태극마크를 되찾겠다는 의지까지 감추지는 않았다. 그는 “호랑이해를 맞이해 새로운 곳에서 새로 도전하는 마음”이라며 “국가대표는 모든 선수가 가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다.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하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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