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틈 아이들 손짓..주저 없이 달려갔죠"
[경향신문]
육군 백마여단 소속 주무관 3인
퇴근길 고속도로서 전복차량 발견
엄마와 어린이 3명 무사히 구조
“전복된 차량 안에 어린이들의 손이 보여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었어요.”
육군 군무 주무관들이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차량에 갇혀 있던 어린이 3명과 이들의 엄마를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육군 35보병사단은 11일 사단에 소속된 백마여단 예비군훈련대에서 근무 중인 김태현(34)·김영민(32)·윤대길(34) 주무관이 지난 7일 순천~완주고속도로를 타고 남원에서 전주로 퇴근하던 중 임실 오수휴게소 인근에서 전복된 차량을 발견하고 어린이와 어머니 등 4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복된 차량 창문 너머로 어린아이들의 손이 비치자 고민할 틈도 없이 현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김태현 주무관 등이 전복 차량으로 달려가 깨진 창문 사이로 확인해 보니 차량 안에는 안전벨트를 한 아이 셋과 어머니가 타고 있었다. 다행히 외관상 눈에 띄는 큰 부상은 없어 보였다.
김태현 주무관과 김영민 주무관은 곧바로 차에 비치하고 있던 불꽃 신호기를 꺼내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초동조치에 나섰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후방에서 진입하는 차량을 향해 사고 신호를 보내며 차량을 통제했다. 119구급대와 경찰에는 이미 신고가 된 상황이었다.
동시에 윤대길 주무관은 재빠르게 차문을 개방했다. 아이들과 어머니의 부상 상태를 살펴본 후 아이들을 먼저 구조하기 시작했다. 사고 차량 주위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돌아온 김영민 주무관도 아이들 구출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아이들을 앞에 정차된 차량으로 조심스럽게 이동시켰고, 어머니까지 태워 갓길로 대피했다. 4명을 구조하는 데 걸린 시간이 채 10분이 되지 않았을 정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119구조대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놀란 아이들과 어머니를 안심시키며 곁을 지켰다.
선행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고현장이 수습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머니와 아이들을 인근 오수휴게소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가족 품에 데려다 줬다. 세 아이의 어머니는 “생명을 구해줘 감사하다”는 마음을 거듭 전했다.
현역 복무를 마치고 경력 채용으로 예비군훈련대에서 군무원으로 일하는 세 명의 주무관은 “현역 시절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국군의 숭고한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차창 너머로 비치는 구조를 요청하는 아이들의 손길을 봤다. 사고로 많이 놀라셨을 어머니와 아이들이 빨리 쾌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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