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흔들리지 않는 내공.."연기 집중하고 싶다"
기사내용 요약
이정재·이병헌 등 축하 물결속 기자회견도 없이
대학로에서 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열정
오영수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로 변신...신구와 번갈아 연기
"찾아와주신 관객들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 다할 것"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난 괜찮은 놈이야"라고 스스로에 생애 처음으로 뿌듯했다던 그는 들뜬 분위기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50년 연기 내공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 오영수(78).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인 최초로 미국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지만, 조용한 분위기다. '오징어게 게임'에서 이정재와 구슬치기를 하다 "우린 깐부잖아"라고 했던 대사로 '깐부 할아버지'로 불린다.
골든 글로브의 벽을 뛰어넘은 '깐부 할아버지'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이정재, 이병헌 등 동료 배우들과 팬들의 떠들썪한 축하 물결이 이어졌지만, 정작 그는 연극에만 집중하고 있다. 별도의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고, 평소처럼 조용히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다.
그는 현재 대학로에서 연극 '라스트 세션'을 공연중이다. 지난 8일 첫 공연을 선보인 그는 "연극 무대를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다. 찾아와주신 관객들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 무대에서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병리학자이자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을 맡았다. '깐부 할아버지'로 화제가 된 상태에서 그의 무대 복귀는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변치 않은 초심을 엿볼수 있어 더욱 주목받았다.
오영수는 지난해 연극 라스트 세션 기자간담회에서도 50년 넘는 연기 인생의 뚝심을 보여줬다. "50년 넘게 연기를 했는데, 조용한 모습으로 연기자 생활을 해왔다"며 "광고가 들어오고 하는데, 왜 연극을 선택하냐는 사람도 있었다. 내 나름대로 지향해왔던 모습 그대로 가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 뜻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으로 주변에서 나를 많이 띄워놓은 것 같다. 자제력이나 중심이 흩어지진 않을까 염려하던 차에 품격 있는 좋은 연극을 만나게 되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무대로 돌아온 소감을 전했다.
연극 무대로 이어진 그의 행보는 '골든 글로브' 수상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에도 언론에 노출되기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공연에 집중하겠다며 사진촬영과 인터뷰를 고사하고 있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3일을 배경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오영수와 함께 '프로이트' 역은 지난 2020년 초연부터 함께했던 신구가 번갈아 연기한다. 신구는 오영수에 대해 "자기 몫을 충실하게 하고 있으면 이런 기회도 온다는 걸 새삼 느꼈다"며 변치않게 무대를 지켜온 그의 행보에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는 누구?
1944년생인 오영수는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1967년 친구의 권유로 극단 광장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오징어게임' 흥행후 MBC 놀면뭐하니? 뉴스데스크에 출연한 오영수는 "처음에는 별로 할일이 없어서 친구가 극단에 다니길래 한번 같이 찾아갔다가 그게 동기가 됐다"며 배우를 꿈꾸게 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시작은 우습게 됐는데 시대가 안고 있는 어떤 것을 관객들에게 던질 때 밀려오는 느낌, 횐희라고 할까 그런 걸 느끼면서 배우로서 긍지를 느꼈다. 인생의 마지막이 어떤 모습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한다"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1971년 극단 '여인'에 들어가 첫 주연을 맡았다. 영화로 잘 알려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주인공 '스탠리'를 연기, 주목 받았다. 이후 200여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연극인의 삶을 살았다. 1987년부터 2010년까지 23년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1979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1994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2000년 한국연극협회 연기상을 수상했다. 1994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는 연극을 하느라 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연극에서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하며 배우의 판을 넓혔다. 2003년 김기덕 감독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스님 역으로 눈길을 끈데 이어 2009년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월천대사 역을 맡아 정말 '고승' 같다는 평가를 받으며 '스님 전문 배우'로 유명세를 탔다.
"내 시작은 연극이었고 마지막도 연극"이라는 그는 "연극이 인생을 좀 더 아름답고 가치있게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고 믿는다. "배우가 연기로 다양한 삶을 표현할 때 관객들이 많은 것을 깨닫지 않습니까. 이것이 내가 사명감을 갖고 연기하는 이유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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