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밖의 관타나모' 20년..바이든은 끝낼 수 있을까
[경향신문]
9·11 테러용의자 수감하려
쿠바 미 해군기지에 설립
미 민주주의 모순 드러내
인권 유린 꾸준한 비판 속
오바마 “폐쇄” 노력 무산
현재 39명의 수감자 남아
“관타나모 수용소 문제가 있잖아요. 그 감옥은 국제법도 미국법도 적용받지 않고 계속 운영되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해 6월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내 정치범 탄압 등 인권 문제를 거론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렇게 받아쳤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관타나모 수용소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는 미국의 양면성을 지적한 것이다. 중국 역시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을 통해 관타나모 수용소를 언급하며 미국 민주주의의 모순을 수차례 비난했다.
11일은 미국 인권의 흑역사라 할 수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가 문을 연 지 꼭 20년이 되는 날이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한 후 조지 W 부시 정부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 용의자들을 가두기 위해 쿠바 관타나모만의 미 해군기지에 설립한 감옥시설이다. 한때 수감자는 최대 780여명에 달했지만 버락 오바마 정부 때 197명이 석방되는 등 점점 줄었고 현재 39명의 수감자가 남아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20년 전 문을 열고 나서부터 불법 감금과 인권유린 등 비난이 꾸준히 제기된 곳이다. 부시 정부는 수감자들이 “전쟁포로 자격이 없으므로 제네바 협약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면서 이들 중 대부분을 적법한 기소 절차도 없이 감금했다. 미 법무부는 대통령에게 물고문, 구타, 잠 안 재우기 등의 고문을 ‘강화된 심문 기술’이라는 이름하에 승인할 것을 조언했다. 알카에다 수행원이었던 한 수감자는 지난해 법정에서 “발가벗겨 천장에 매달아두거나 며칠간 잠을 못 자도록 얼음물을 계속 끼얹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그 외에도 성폭행 등 가혹행위에 시달렸다며 “이대로면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가혹행위가 난무하는 와중에 정작 판결 절차는 수십년간 연기되면서 인권침해 논란은 커져갔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관타나모 수감자 중 기소된 이는 총 12명에 불과하다. 그중 단 2명만이 특별군사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유엔에 따르면 20년간 이곳에서 사망한 수감자는 9명이며 그중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자들은 모두 기소되지 않은 상태였다. 유엔 전문가들은 10일 미국에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촉구하는 성명을 또다시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20년 동안이나 재판 없이 임의적으로 수감자들을 구금하고 고문이나 학대를 시행하는 것은 어떤 정부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며 “특히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부라면 더 그렇다”고 자칭 인권 수호국인 미국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미국이 이곳을 폐쇄하려는 시도를 해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이곳을 1년 내에 폐쇄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수감자들을 뉴욕연방법원으로 이송해 재판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를 미국 본토 안에 들일 수 없다는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그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문제를 전담하는 국무부 내 조직을 없애고 수용소를 존치시키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내에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근시일 내로 약속이 지켜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10일 “바이든 대통령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길 원하지만 이 감옥은 여전히 깊은 정치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국방부가 400만달러를 들여 관타나모 수용소에 전범 재판을 위한 두 번째 법정을 짓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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