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CPTPP 가입 위해 후쿠시마 식품 수입 허용할 수도"
[경향신문]
일 정부 관계자 인용 보도에
대만 “협상 의제 포함” 인정
실현 땐 한국에도 압박 될 듯
일본이 주도하는 경제협력체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기 위해 대만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을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대만의 이런 양보가 현실이 된다면 일본이 CPTPP 가입을 원하는 한국에도 같은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지통신은 10일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3월 중 대만 정부가 후쿠시마를 포함한 일본 5개 지역의 식품 수입을 허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차이잉원 총통의 결단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지통신에 밝혔다. 대만은 세계 여러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이 일대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수입하지 않고 있다.
대만 정부는 일본 언론의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대만 무역 부문 고위 당국자는 “구체적인 수입 허용 시간표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도 CPTPP 가입 문제를 놓고 일본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후쿠시마 식품 수입 의제도 포함했다”고 확인했다. 대만은 지난해 10월 CPTPP 가입 신청서를 냈다.
대만이 일본과의 협상에서 이 같은 양보를 하면서까지 CPTPP에 가입하려는 이유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 임기 내내 대만은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과 거세게 충돌해 왔다.
차이 총통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추진하고 있다. 가축 성장 촉진제인 락토파민을 함유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허용하면서 국내 정치적 논란도 무릅썼다.
CPTPP에 가입하려는 한국으로서는 대만의 결정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이미 일본에서는 한국의 CPTPP 가입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허용 문제를 묶어서 보는 시각이 많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의 가입 절차에서) 수산물 수입 규제 해제도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 정부는 일본의 ‘풍평피해’(오염수 방류에 따른 이미지 악화로 일본 어민 등이 보는 피해) 대응에 참여할 것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평소 한국 비난에 앞장서는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은 한국의 CPTPP 가입 추진에 대해 “일본을 포함한 비준 8개국 중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가입 교섭에 들어갈 수 없다”고 트위터에 남겼다.
CPTPP는 일본, 멕시코, 싱가포르, 호주 등 11개국이 2018년 12월 꾸린 경제공동체다. 2019년 기준 회원국 무역 규모는 5조7000억달러로 전 세계 무역의 15.2%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도 지난해 10월 CPTPP 가입 신청서를 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아·태(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경제질서 변화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어 CPTPP 가입을 더 이상 정부부처 간에만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전반적으로 내년 4월쯤 CPTPP 가입 신청서 제출을 목표로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손구민 기자 km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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