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사찰 의혹' 통신자료 조회 논란에.."적법성 넘어 적정성 고려해 수사를"
[경향신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1일 검사 회의를 열고 ‘통신자료 조회 논란’을 비롯한 현안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인권 침해’ ‘수사력 부족’ 비판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해 보려는 공수처의 위기감이 반영됐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40분까지 비공개로 검사 회의를 열어 주요 현안과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은 물론 소속 검사 23명 가운데 20명이 참석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라 자가격리 중인 평검사 3명을 제외한 소속 검사 전원이 참석했다.
공수처 검사들은 이날 회의에서 ‘통신자료 조회 및 압수수색 논란과 개선’ ‘효율적인 수사를 위한 직제·조직 개편 및 운영’ ‘인권 침해 최소화를 위한 수사 방식’ ‘관행적 수사절차 진행에 대한 적절한 통제’ ‘사건사무규칙 개정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공수처는 검사들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김 처장은 모두발언만 한 뒤 회의장을 떠났고, 여 차장은 발언 없이 의견을 듣기만 했다고 전했다.
김 처장은 회의 시작 전 “공수처 검사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에 의거해 수사 과정에서 ‘성찰적 권한 행사’를 위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여러 논란으로 힘든 시기지만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도 고려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모든 검사가 지혜를 모아달라”고 말했다.
김 처장의 발언은 최근 ‘사찰’ 의혹으로까지 번진 통신자료 조회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수사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의 통화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이동통신사로부터 언론인, 정치인, 법조인과 그 가족 300여명의 통신자료를 제출받았다. 영장 없이 이뤄지는 검경의 통신자료 조회 관행을 그대로 답습한 인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처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전혀 법적인 문제가 없다. 왜 공수처만 갖고 사찰이라 하느냐”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고발 사주’ 의혹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구속에 두 차례 실패하는 등 공수처에 쏟아진 ‘수사력 부족’ 비판도 검사 회의의 배경이 됐다.
이 사건 피의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 압수수색이 위법했다며 법원에 준항고를 신청해 ‘압수수색 취소’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손 검사도 준항고를 신청한 상태다.
공수처는 앞으로 매달 한 차례 검사 회의를 정기적으로 열어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건의사항을 청취해 조직 운영이나 제도 개선에 반영할 계획이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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