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별짓기 - 피에르 부르디외 [이명원의 내 인생의 책 ③]
[경향신문]
재일 작가인 유미리의 <가족시네마>를 읽으면, 부모가 격렬한 싸움을 할 때 ‘조선어’로만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일본어가 모어(母語)인 유미리에게 부모의 모국어인 조선어는 폭력의 상흔으로 무의식 속에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프랑스 남부 농촌 출신인 부르디외는 파리의 고등사범학교에 진학하면서, 사투리 때문에 동기생들에게 놀림을 받곤 했다는 경험을 피력한 후에 취향의 성향체계인 아비투스가 계급의식의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한 바 있다.
프랑스의 식민지 출신인 프란츠 파농의 책을 읽으면서, 파리 유학파들이 거들먹거리며 식민지 고향으로 돌아와 표준 프랑스어 발음을 구사하며 고향 친구들에게 제국의 문화를 과시하는 ‘구별전략’을 쓰곤 했다는 서술을 읽은 기억도 난다.
어디 언어뿐이겠는가. 제스처, 표정, 의복, 선호하는 음악, 음식 등 취향으로 구성된 ‘구별기호’를 통해 한 계급은 다른 계급·계층과의 ‘차이’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킨다는 것이 부르디외의 관점이었다.
부르디외를 읽으면서 참신한 인상을 받은 것은 계급의식 혹은 무의식이 형성되는 기제의 중층적 동인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었다. 경제자본의 측면에서는 극빈의 상태이지만, 문화적으로는 유사 귀족적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상속된 문화자본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부르디외를 읽으면서, 나는 구조주의의 압도적 ‘규정력’을 상대화하는 시각에 매력을 느꼈다. 문학비평가의 입장에서는 작품 속에 숱하게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순적 행동’과 ‘정념’을 분석하는 기제로 그의 아비투스 개념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모순 속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명원 |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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