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정보팔이 공무원
[경향신문]
지난달 서울 송파구 신변보호자 가족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석준이 흥신소를 통해 구입했다는 피해자 집주소 정보가 구청에서 최초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구청 공무원이 불법 조회한 시민 개인정보를 팔아넘긴 것이 참혹한 살인으로 이어진 것이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10일 경기 수원 권선구청 공무원 A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A씨가 단돈 2만원을 받고 한 흥신소에 넘긴 피해자 주소는 이후 다른 흥신소 2곳을 거쳐 50만원을 낸 이석준에게 흘러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이 채 1시간도 안 걸렸다고 한다. 이토록 손쉽게 개인정보가 관공서에서 유출되고 순식간에 사고팔린다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검찰 조사 결과 업무상 차적조회 권한을 가지고 있던 A씨는 업무와 무관한 사람들의 개인정보도 무차별적으로 조회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게 불법 조회한 개인정보 1101건을 지난 2년여 흥신소 업체에 넘기며 매달 월급처럼 200만~300만원씩, 총 3954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한다. 이런 범행이 구청에서 아무 통제 없이 장기간 벌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직원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관리·감독 체계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개인정보 접근 권한을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할 법령·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2017~2019년 정부·지방자치단체에서 개인정보 유출로 공무원이 징계를 받은 사례는 153건이지만 그중 형사고발은 2건뿐이었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중범죄인데도 대부분 행정적 징계에 그친 것이다. 개인정보 보안을 소홀히 한 기관과 책임자에 대한 엄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같은 유출 사고와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난립하고 있는 흥신소도 문제다. 마구잡이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흥신소가 범죄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이들의 불법행위를 철저히 단속해야 마땅하다. 개인정보 유출은 스팸, 보이스피싱, 해킹을 넘어서는 강력범죄를 부를 수 있다. 소중한 개인정보를 앞장서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돈에 눈이 어두워 사설 업자들에게 고의·불법 유출하는 일이 또 생겨서는 안 된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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