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중이던 광주 39층 아파트 연탄재처럼 '와르르'

박진주 2022. 1. 1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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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이던 광주 39층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콘크리트 타설 작업중 무너져
작업자 3명 구조, 6명 연락두절
인근 주민 109세대 긴급 대피
정전되고 수돗물까지 끊겨
추가붕괴 우려에 야간수색 중단
상인들 "위태롭더니 결국.."
광주 붕괴참사 시공사가 또 사고

광주에서 공사 중인 아파트 외벽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가 붕괴 우려가 있어 인근 아파트 입주민 109가구가 긴급 대피했다.

11일 광주경찰청과 광주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6분께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상층부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공사 인부 6명이 실종됐다. 실종된 인부들은 28∼31층에서 창호 공사 작업이나 실리콘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실종된 6명의 휴대전화 위치를 알아본 결과 사고현장 인근에서 잡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기지국 값으로 파악해보니 휴대전화 5대와 1대가 각각 떨어져 잡혔다"면서 "연락은 계속 취하고 있으나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방당국은 추가 붕괴 위험이 있는 것으로 분석돼 12일 안전진단을 마친 뒤 수색을 벌이기로 했다. 사고현장 건물에는 무너진 잔해물 일부가 위태롭게 걸려 있고 건물 내 추가 균열도 발견됐다.

이외에도 3명이 구조됐는데 2명은 도로변 컨테이너에 있다가 잔해물이 떨어지면서 갇혔다가 구조됐고 33층에서 단열시공작업을 하던 한 인부는 무너진 구조물에 휩쓸려 29층까지 추락한 뒤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인부는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떨어진 구조물이 공사장 안전조치를 위해 막아 둔 3m 높이의 가림막으로 떨어졌으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밑으로 쏟아져 인근에 주차된 차량 20여 대가 파손됐다.

이곳을 지나던 정석영 씨는 "기차 굴러가는 소리가 나기에 쳐다보니 건물이 주저앉고 있었다"면서 "마치 9·11 때처럼 주변 시민들은 비명과 함께 사고 현장 인근에서 벗어나기 위해 뛰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인근 상가 상인도 " 천둥번개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쾅' 하는 폭탄 떨어지는 소리가 떨어지는 굉음이 들렸다"면서 "전등이 꺼져 나가보니 뿌연 연기가 도로를 가득 찼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를 목격한 이경연 씨도 "갑자기 우르르 쾅쾅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먼지와 파편이 건물로 날아왔고 정전이 돼 그대로 도망쳤다"고 말했다.

사고 주변 CCTV 영상에도 검은색 옷을 입은 한 행인이 건설현장 옆을 지나자 마치 폭탄이 떨어진 듯 화염이 치솟고 회색 분진이 주변을 덮쳤다.

조호익 광주 서부소방서 재난대응과장은 "최고층(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 16개 층 외벽이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시공사가 공사를 서두르다가 아래층 콘크리트 양생이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벌이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철골 회사 대표 김 모씨는 "아주 드문 일이지만 통상 건물이 내려앉더라도 2~3개 층에서 멈추는 게 상식적"이라면서 "무리하게 공기를 앞당기기 위해 콘크리트가 단단하게 굳기 전에 타설을 반복하며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건물이 추가로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보고 인근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사고 신축 아파트 인근 주상복합건물은 입주민 109가구로, 사고 직후부터 전기가 끊기고 수돗물 공급도 중단됐다.

광주경찰청은 이 사고와 관련해 강력범죄사수대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현장 목격자와 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고 원인과 안전조치 미준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도 이날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했다. 고용부는 공사 작업 중지를 명령하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경찰 등과 함께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사고현장에 국토부 기술정책과장, 익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관, 국토안전관리원의 전문가를 급파해 현장 수습 및 사고 경위와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명확한 사고 원인의 규명을 위해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중앙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 및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일부 주민들은 '예견된 사고' 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요일도 공사를 진행하는 등 공기를 단축하려는 기미가 역력했고 이날도 비가 오고 눈이 오는 악천후에도 계속 공사를 진행해 사고가 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인근 상가 상인인 홍석순 씨는 "공사 현장에서 쇠뭉치와 합판 등이 떨어지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꼭 사고가 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사고가 난 건설현장의 시공사가 작년 6월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광주 학동 참사'를 낸 HDC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HDC는 붕괴 참사가 발생한 학동 4구역 재개발에도 대규모 아파트 시공사로 참여했다. 참사는 하도급 업체의 건물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기는 했지만 시공사의 책임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HDC 현장 관계자 등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HDC는 사고가 나자 대표이사 2명을 현장으로 급파했고 작업자 등 공사 현장 관계자들은 모두 철수시켰다. 한편 이날 사고가 난 현대아이파크는 지하 4층, 지상 39층 등 7개동, 847가구(아파트 705가구, 오피스텔 142실) 규모로 오는 10월 말 완공될 예정이었다.

[광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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