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 횡령..'오스템임플' 전에는 '동아건설 박부장' 있었다

김성진 기자 2022. 1. 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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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국내 1위 임플란트 기업인 이 회사에서 자금관리 직원이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재무팀장 이모씨(45) 전에도 회삿돈 수천억원을 횡령한 '간 큰 ' 직원이 있었다. 2010년 당시 동아건설의 자금부장이었던 박상두씨(당시 48세)는 2004년부터 회삿돈 1898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박 부장은 현재도 복역 중이다.

동아건설 사건도 횡령 자금이 주식 투자에 쓰인 점, 서류를 조작해 회사를 속인 점 등에서 오스템임플란트 사건과 닮았다. 동아건설 사건은 박 부장이 도박으로 거액을 날린 탓에 횡령금 상당액이 회수되지 못했다. 경찰은 이모씨 횡령금 중 행방이 불분명한 1000억원 가량의 소재 파악에 힘쓰고 있다.

회삿돈 1898억원 횡령해 '해외 원정 도박'...회수는 50억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2009년 7월 동아건설 박 부장은 휴가를 떠난 후 잠적했다. 연락이 두절되자 이를 수상히 여긴 회사는 박 부장 업무를 검토해 회삿돈이 횡령된 사실을 알아챘다. 최종적으로 확정된 횡령 피해금액은 약 1898억원이다. 이중에는 2008년 프라임그룹이 2001년 파산 선고를 한 동아건설을 인수하며 채무 변제를 위해 법원에 공탁한 법정관리자금도 일부 있었다. 박 부장 소재 파악이 급한 동아건설은 임직원들이 돈을 모다 박 부장에 현상금 3억원을 걸기까지 했다.

경찰도 '박 부장 전담팀'을 꾸려 박 부장을 추적했다. 3개월 추적 끝에 경찰은 같은해 10월7일 박 부장을 경기 하남에 있는 한 식당에서 체포했다.

박 부장은 출금청구서, 원천징수 영수증 등 서류를 위조하는 식으로 회삿돈을 횡령했다. 공범도 있었다. 박 부장은 시중은행 지점에 근무하던 고교 선배 김모 차장에게 '실적을 올려 줄테니 허위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같은 부서 부하직원인 유모 자금과장도 예금청구서에 법인인감을 미리 찍어두는 식으로 범행을 도왔고 박 부장은 그때마다 수고비를 수백만원씩 줬다고 알려졌다.

처음 회삿돈에 손을 댄 건 '주식' 때문이었다. 박 부장은 2004년 주식으로 잃은 돈을 만회하려 회삿돈을 횡령했다. 하지만 2004년 이후로는 개인적 이유로도 돈을 빼썼다. 도박이 주된 이유였다. 박 부장은 강원랜드에서 '강남 박 회장'이라 불릴 정도로 큰 돈을 썼다.

조사 결과 박 부장은 강원랜드에서 약 100억원, 사설 카지노에서 약 250억원 등 약 940억원을 도박으로 날렸다. 마카오 원정 도박에 나서 약 100억원을 잃기도 했다.

주된 사용처가 '도박'이다보니 횡령금 회수도 어려웠다. 거금을 빼돌려놓고 지출을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에서 박 부장은 "이렇게까지 도박 자금을 날릴 수 있을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박 부장이 빼돌린 1898억원 중 회수된 돈은 약 50억원이다. 횡령금 중 상당액은 여전히 은닉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이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박 부장 동서 유모씨(55)의 포도밭 땅속에서 약 3억원을 찾기도 했다.

박씨는 2009년 10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져 이듬해 4월에 열린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에 벌금 100억원을 선고받았다. 형량은 그해 11월에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박씨는 현재도 13년째 복역 중이다. 만기출소한다면 72세가 된다.

금괴, 계좌 찾아도...피해금액 1000억원 아직 '행방불명'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가 지난 6일 새벽 서울 강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씨(45)는 지난달 30일 잠적한 지 일주일 만에 경기 파주시 은신처에서 체포됐다. 이씨가 횡령한 총 금액은 약 2215억원이다.

이씨도 박 부장처럼 서류를 위조했다. 회사는 이씨가 잔액 증명서를 위조해 회사를 속였다고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재무 업무의 결제 라인에서는 잔액증명서가 위조됐다보니 횡령 사실을 알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박 부장처럼 '주식 손해' 때문에 회삿돈에 손을 댄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3~9월 약 550억원을 횡령해 약 400억원을 증거금으로 주식 미수거래를 했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지자 회삿돈 약 1400억원을 추가로 빼돌려 미수금을 갚았다.

경찰은 이씨도 박 부장처럼 공범이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7일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 직원 2명을 소환해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범행 경위에 관해 아는 것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횡령액 회수에도 힘쓰고 있다. 경찰은 전날 이씨 가족의 집 3곳을 압수수색해 금괴 254개를 발견했다. 붙잡히기 전 이씨는 약 680억원을 들여 1kg 금괴 855개를 매입했다. 지금까지 경찰이 확보한 금괴는 총 755개다.

경찰은 현금 4억3000만원도 되찾았고 252억원이 담긴 계좌도 동결했다. 이밖에 이씨가 횡령금으로 75억원 상당 부동산을 산 사실도 파악했다. 모두 합치면 경찰이 소재를 파악한 횡령금은 약 860억원 정도다. 이씨가 상환한 횡령금을 뺀 피해 금액 1880억원 중 약 1000억원이 남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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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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