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길용우가 들려주는 91시간 '박태원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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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모더니스트 작가 박태원의 '삼국지'를 '사극 연기의 달인' 길용우 배우가 읽어낸 오디오북이다.
평론가들이 최고 판본으로 손꼽는 박태원의 '삼국지'는 길용우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세상에 나왔다.
길용우 배우는 120장에 달하는 '삼국지' 전권을 1년 넘게 낭독 녹음해 '전편(全篇) 1인 낭독' 오디오북으로 완성했다.
길용우 배우는 삼국지 등장인물 1233명 모두를 개성을 살린 목소리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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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용우가 읽는 박태원 삼국지 나관중 지음·박태원 옮김·길용우 구연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조선의 모더니스트 작가 박태원의 '삼국지'를 '사극 연기의 달인' 길용우 배우가 읽어낸 오디오북이다. 러닝타임 91시간 29분이다. 고전 읽기의 부담을 해결한 '듣는' 삼국지이자 '어른을 위한' 삼국지라 할 수 있다. 피곤한 눈을 비빌 필요가 없고, 돋보기를 끼지 않아도 '고전 중의 고전' 삼국지를 또박또박 흡수할 수 있게 됐다.
박태원이 1938년부터 번역하기 시작한 '삼국지'는 1950년 정음사 판으로 잠시 출간되었으나 곧 절판되었다. 북한에선 1959년부터 1964년 사이에 4차례 출판되었다. 박태원의 '삼국지'는 원전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번역자의 작위적인 글이 절제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략과 함축의 기법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불필요한 글이 없고 뜻이 분명하다. 특히 한국인의 말법으로 삼국지를 옮겨 '글 맛'이 뛰어나다. 현대 한국어에선 경험하기 힘든 한국어의 중요한 단어, 한자말이 모두 살아있다. 박태원은 원본에 실린 한시까지 한국어에 딱 떨어지게 옮겨 놓았다.
박태원이 '삼국지'를 고스란히 살려낼 수 있었던 것은 중국 문학을 수학했던 덕분이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중국문학 전문가 양백화(梁白華·1889~1938)에게 중국 문학을 배웠다. 양백화는 1929년부터 1931년까지 삼국연의(三國演義)를 '매일신보'에 번역해 연재했었다. 특히 양백화는 중국 희곡을 번역 소개하는 데 열심이었다. 박태원은 그런 양백화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평론가들이 최고 판본으로 손꼽는 박태원의 '삼국지'는 길용우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세상에 나왔다. 길용우 배우는 120장에 달하는 '삼국지' 전권을 1년 넘게 낭독 녹음해 '전편(全篇) 1인 낭독' 오디오북으로 완성했다. 삼국지 1인 낭독은 1960년대 고(故) 장민호 배우가 KBS 라디오를 통해 실연하여 청취자의 큰 호응을 받았으나 이야기로만 전해질 뿐 지금은 들을 수 없다.
길용우 배우는 삼국지 등장인물 1233명 모두를 개성을 살린 목소리로 연기했다. 그의 목소리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깨워 일으킨다. 그의 목소리를 따라 독자들은 장강에서 한수로, 낙양에서 건업으로, 서촉에서 남만으로 끝없는 여행길에 오른다. 그래서 120장 가운데 어느 곳을 들어도 재미있다. 삼국지의 참맛이 느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 아니 정청(精聽)하다 보면 삼국지의 깊은 뜻을 새삼 느끼게될 것이다. 세상이 어지럽다. 삼국지를 만날 때다. 2022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1800년 전 중국 대륙을 주유해 보자. 어지러운 세상에 길이 보일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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