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사당 청소' 앤디 김 의원이 보는 난입 사태 1년.."지금은 치유할 때"[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정미경 2022. 1. 11. 18:36
최근 미국에서는 지난해 1월 6일 벌어진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를 기억하자는 움직임이 한창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의사당 현장을 찾아 “민주주의의 목전에 칼날을 들이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연설을 했습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하원의 ‘1·6 조사 특별위원회’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인사 50여명의 증언을 듣기 위해 소환을 통보했지만 대부분의 측근들은 증언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특위의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입니다. 당시 체포된 700여명의 시위 가담자 가운데 현재까지 70~80명이 선고를 받았습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새삼 주목받는 인물이 있습니다. 한국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인 앤디 김 의원(40)입니다. 뉴저지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소속의 김 의원은 시위가 벌어진 다음날 이른 새벽 의사당에 어지럽게 널브러진 잔해들을 청소해 감동의 물결을 일으킨 주인공입니다. 경비대원들과 함께 빈 물병과 박스 등을 쓰레기봉투에 담고 있는 김 의원의 모습을 당시 우연하게 현장에 있던 AP통신 기자가 카메라에 담으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의사당 난입 사태가 낳은 스타인 김 의원은 ‘그 날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최근 두 가지 활동상을 공개했습니다. 첫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의 기회주의적 모습입니다. 김 의원은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밀려 시위대 비판 대열에 참가했던 친(親) 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정치인들의 발언 내용을 찾아서 1주년 당일인 지난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당시 공화당 상원 원내 사령탑인 미치 매코널 의원은 “더 이상 질문의 여지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 당신이 책임지시오”라고 했습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내 정치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이라며 “오늘 나는 최악의 미국을 봤다”고 한탄했습니다. 트럼프 절친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원인이다”고 했습니다. 이밖에 정치인 30여명의 트럼프 비판 발언이 김 의원 트위터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의 발언을 모두 공개한 뒤 김 의원은 한마디의 글을 올렸습니다. “공화당 리더들이 기억상실증에 걸리기 전”이라는 한 줄입니다.
의사당 난입 사태가 낳은 스타인 김 의원은 ‘그 날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최근 두 가지 활동상을 공개했습니다. 첫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의 기회주의적 모습입니다. 김 의원은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밀려 시위대 비판 대열에 참가했던 친(親) 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정치인들의 발언 내용을 찾아서 1주년 당일인 지난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당시 공화당 상원 원내 사령탑인 미치 매코널 의원은 “더 이상 질문의 여지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 당신이 책임지시오”라고 했습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내 정치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이라며 “오늘 나는 최악의 미국을 봤다”고 한탄했습니다. 트럼프 절친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원인이다”고 했습니다. 이밖에 정치인 30여명의 트럼프 비판 발언이 김 의원 트위터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의 발언을 모두 공개한 뒤 김 의원은 한마디의 글을 올렸습니다. “공화당 리더들이 기억상실증에 걸리기 전”이라는 한 줄입니다.
김 의원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치인들의 1년 전 발언을 추적한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당시 트럼프 비판에 앞장섰던 이들의 대부분은 다시 트럼프 지지 대열에 합류하고 당시 폭력 사태를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1·6 조사 특위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고 있습니다. 그레이엄 의원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난입 사태 1주년 기념 연설을 가리켜 “이 얼마나 당시 상황을 뻔뻔하게 정치화하는 것이냐”며 오히려 비난의 화살을 돌렸습니다.
김 의원의 두 번째 1주년 기억법은 좀 더 개인적인 차원입니다. 그는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의사당 벽에 걸린 명판 사진 한 장을 찍어 올렸습니다. ‘로툰다’로 불리는 의사당 1층 원형홀의 한쪽 벽면에 걸린 명판입니다. 의사당을 찾는 수많은 외부 방문객들은 이 명판을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기자 역시 워싱턴 특파원 시절 의사당에 자주 출입했지만 한번도 명판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본 적이 없습니다.
김 의원의 두 번째 1주년 기억법은 좀 더 개인적인 차원입니다. 그는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의사당 벽에 걸린 명판 사진 한 장을 찍어 올렸습니다. ‘로툰다’로 불리는 의사당 1층 원형홀의 한쪽 벽면에 걸린 명판입니다. 의사당을 찾는 수많은 외부 방문객들은 이 명판을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기자 역시 워싱턴 특파원 시절 의사당에 자주 출입했지만 한번도 명판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본 적이 없습니다.
황금색 명판에는 ‘이 아래쪽에 1793년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놓은 미합중국 의사당의 주춧돌이 놓여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명판은 1893년 의사당 착공 100주년을 맞아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 등 3부 요인이 설치한 것입니다. 김 의원은 명판 사진과 함께 “의사당 쓰레기를 치우던 날 이 명판을 봤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김 의원은 6일 보도된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명판에 대한 뒷얘기를 좀 더 자세히 풀어놓았습니다. 그는 “바닥만 보며 열심히 쓰레기를 치우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의사당 벽에 걸려있는 명판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는 “잠시 일손을 멈추고 이 건물의 역사를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은 NBC 인터뷰에서 의사당에 얽힌 어머니와의 추억도 소개했습니다. 한국에서 이민 온 뒤 어린 두 자녀의 손을 잡고 처음 워싱턴 관광길에 오른 어머니는 의사당 계단을 밟으면서 “우리도 당당하게 이곳을 걸을 수 있다”고 기뻐하셨다고 합니다. 부모님의 ‘아메리칸 드림’이었던 자존감과 품위를 지키는 삶이 1년 전 의사당을 점거한 시위대에 의해 부서지는 것을 목격한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경비대원들에게 ‘나에게도 비닐봉지를 달라’고 해서 같이 치우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명판을 보며 ‘치유(healing)’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명판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마음속에는 극렬 시위대에 대한 분노, 의사당이 난장판이 된 것에 대한 허탈감 등이 더 컸던 듯 합니다. 하지만 명판을 보며 “이 건물을 세우고 지키는 일에 수많은 세대의 노력이 거쳐 갔고 앞으로도 많은 세대가 그 일을 해나갈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김 의원은 6일 보도된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명판에 대한 뒷얘기를 좀 더 자세히 풀어놓았습니다. 그는 “바닥만 보며 열심히 쓰레기를 치우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의사당 벽에 걸려있는 명판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는 “잠시 일손을 멈추고 이 건물의 역사를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은 NBC 인터뷰에서 의사당에 얽힌 어머니와의 추억도 소개했습니다. 한국에서 이민 온 뒤 어린 두 자녀의 손을 잡고 처음 워싱턴 관광길에 오른 어머니는 의사당 계단을 밟으면서 “우리도 당당하게 이곳을 걸을 수 있다”고 기뻐하셨다고 합니다. 부모님의 ‘아메리칸 드림’이었던 자존감과 품위를 지키는 삶이 1년 전 의사당을 점거한 시위대에 의해 부서지는 것을 목격한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경비대원들에게 ‘나에게도 비닐봉지를 달라’고 해서 같이 치우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명판을 보며 ‘치유(healing)’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명판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마음속에는 극렬 시위대에 대한 분노, 의사당이 난장판이 된 것에 대한 허탈감 등이 더 컸던 듯 합니다. 하지만 명판을 보며 “이 건물을 세우고 지키는 일에 수많은 세대의 노력이 거쳐 갔고 앞으로도 많은 세대가 그 일을 해나갈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1년 전보다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부글부글 끓는 내전 상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성인 11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의사당 난입 사태의 책임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보는 비율은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 92%에 달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27%만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이 정당한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양쪽 진영 사이에 메우기 힘든 격차가 존재합니다. 치유와 용서가 목적 지점인 것은 확실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은 너무 험난해 보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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