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반기업法' 파고에 활력 꺾이는 기업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7월 시행]

남혜정 2022. 1. 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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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노동이사 민간 도입 압박 우려
"노사관계 기울어진 운동장 더 기울어"
獨 등선 '감독이사회'만 노동자 참여
법 시행 앞서 권한·책임 명확히 해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연이어 몰아닥치는 ‘반기업’ 파고에 재계가 휘청대고 있다. 이달 말 기업 경영책임자에게 무거운 사고 책임을 지우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둔 와중에 국민연금도 조만간 기업을 상대로 한 무차별 주주대표소송을 가능케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11일에는 재계와 학계 등에서 강력히 반대해온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까지 국회를 통과했다. 이들 모두가 국제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 전방위적인 반기업 입법·행정이라, 재계에선 올해도 기업 활력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노동이사제법의 문제로는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 심화, 기업 경쟁력 약화, 공공기관 방만운영 가능성 등이 지적된다. 이 중에서 특히 한국은 유난한 대립적·투쟁적 노사관계가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거론되는 나라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용자 형사처벌,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전면 금지 등 국제적으로도 보기 힘든 우리나라의 현행 제도들이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사관계 선진화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사용자에 대한 대항권 보장 등 합리적인 노동 관련 법 개정은 뒷전이고, 이제 경영행위에까지 노조가 개입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했다”고 꼬집었다.
노동이사제가 한국의 경영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처럼 ‘주주 자본주의’ 체제에 근간을 둔 미국, 영국 등에서는 노동이사제를 법률로 규정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 그 근거다.

지배구조도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9년 조사한 49개국 중 노동이사제를 법률로 의무화하고 있는 국가는 14개국이다. 도입 국가 중 독일과 체코 등 6개국에서는 지배구조가 이원화돼 있어서 경영상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이사회’가 아닌 사후 감독을 하는 ‘감독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감독이사회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일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노동이사제 도입 시 유럽 국가들보다 더 큰 권한을 노동자 대표가 가질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조원과 경영진의 일원인 이사의 신분은 이해충돌 관계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노동이사 임기 중에는 노동조합에서 탈퇴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 시행에 앞서 노동이사의 선출과정과 책임소재 명확화 등의 전제 조건부터 충족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의 노동조합은 공공성보다는 조합원의 기득권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비판을 자주 받고 있다”며 “근로자 이사를 노동조합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자 대표를 노조추천 방식이 아닌 전체 직원의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무엇보다 수차례에 걸쳐 재검토를 요청한 노동이사법이 사회적 합의 없이 속전속결로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노동이사법 외에도 중대재해법 등 연초부터 이어지는 과도한 기업 옥죄기 행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같은 요인들로 우리 경제의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데, 기업 규제로 인한 ‘내부에서 총질하는 모양새’가 경영 여건을 더욱 난처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기업이 시대를 앞서는 창의적인 경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과도한 처벌 규정을 정비하고 국제적 추세에 맞지 않는 제도 도입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혜정·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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