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공짜밥 좋아하다 영혼까지 털릴라

박양수 2022. 1. 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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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콘텐츠 에디터

대선을 앞두니 여야 가리지 않고, 연일 '공짜밥'을 주겠다는 타령이다. 집도 주고, 돈도 주고, 대출도 해준다고 꾄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알고 보면 내가 국가에 바친 세금을 갖고 생색내는 꼴이지만 '공짜'라는 말은 정신 못차릴 정도로 유혹적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내건 그런 '공짜 공약'에 들어갈 천문학적인 소요 재원을 무엇으로 감당하겠다는 심산인가.

이것저것 따져보면 그나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내건 토지이익배당금제(국토보유세)가 가장 눈에 띈다. 종부세는 고가의 부동산을 대상으로 부과되지만, 국토보유세는 모든 토지 소유주가 과세 대상이다. '이익이 생기지도 않았는데 왜 이익이냐'는 반발에 이 후보가 '토지배당'이라고 말을 바꾸긴 했지만, 본질은 어금버금하다. 국토보유세 부과로 투기를 차단하고, 기본소득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게 이 후보의 구상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국토보유세 개념은 기본 발상만 보면 130여년 전 헨리 조지라는 사회개혁론자가 주장한 '토지공유제'와 비슷한 구석이 적지 않다. 출생과 성장 배경도 양인 간에 닮은 측면이 많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중퇴한 뒤, 사환·선원·식자공·출판사원 등을 전전하던 헨리 조지는 신문사 기자와 편집인을 거쳐 뉴욕시장 후보로 출마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가 저술한 책이 '진보와 빈곤'이란 고전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부동산 적폐 청산의 궁극적 목표는 토지공개념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때 '진보와 빈곤'을 인용하곤 했다.

헨리 조지의 토지공유제에선 겉으로는 개인이 토지 소유주다. 형식적으론 개인의 토지 소유권이 유지되기에 자신의 땅을 소유하고, 계속 자기 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사고 팔 수도 있으며 상속도 가능하다. 조지 주장의 핵심은 땅 주인에겐 '껍데기'를 갖게 하고, 국가가 '알맹이'를 갖겠다는 것이다. 그건 세금(지대)으로 환수하면 해결된다. 땅의 소유권은 인정해주되, 세금(토지초과세)을 통해 영혼까지 털어가겠다는 게 조지의 토지공유제 사상이다. 그는 책 속에서 "국가가 세금의 명목으로 지대를 가져가기 때문에 토지는 누구 명의로 돼 있든, 어떤 방식으로 분할돼 있든, 실제로는 공동 재산이 될 것"이라며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그 소유권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구분하는 기본 테제 중 하나가 '사유재산'의 인정 여부다. 토지공유제는 '사적소유'보다 절대적 평등에 더 가치를 둔다. 사회주의에 더 가까운 제도라는 얘기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대부분 실패했음에도 그 사상적 무기는 여전히 생명을 유지한 채 몇몇 국가들에 남아 있다.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만든다는 '절대적 평등주의'가 시기와 질투라는 인간의 본성에 기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등주의에서 탄생한 '무상 지원' '무상 분배'는 사회주의의 강력한 미끼다. 해방 직후 북한에 들어선 김일성 정권이 내세운 경제정책이 '무상몰수·무상분배'였다. 사실 당시 북한 정권은 모든 땅을 다 거둔 후 경작권만 농민한테 나눠주고, 소유권을 국가가 가졌으니 진정한 의미의 무상분배라고 하긴 힘든 게 사실이다. 6·25전쟁을 일으켜 남한으로 밀고 내려온 북한 인민군이 편 농지정책도 '무상몰수·무상분배'다. 대부분 소작농이었던 남한의 농사꾼들은 지주의 농토를 빼앗아 공짜로 나눠주는 인민군에게 환호했다.

그런데 두어 달 뒤 곡식을 거둬들일 때가 되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견장을 찬 인민군과 여맹원, 민청대원 등이 조를 이뤄 찾아와 농작물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그들은 돼지와 닭의 수를 세고, 감나무의 감 숫자를 헤아렸으며, 텃밭의 고추와 울타리에 매달린 설익은 호박의 수까지 장부에 적었다. 조정래의 장편소설 '태백산맥'은 그 장면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것이 무슨 짓인가. 흉악한 일제 시대에 수만 가지 공출을 당하면서 피를 흘렸지만, 닭과 돼지새끼 마릿수를 세지는 않았다. 인민을 위한다고 했지만 뒷구멍으로 호박씨를 까더라. 제 아무리 지독한 지주라도 땅 평수로 소출을 정했지, 벼 나락을 붙잡고 알갱이까지 세는 일이 꿈에라도 있었던가."

공짜밥을 먹겠다고 덤비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만고의 역사를 통해 분명하게 증명된 게 '세상에 공짜밥은 없다'는 진리다. 여야가 휘황찬란하게 차려서 내놓은 포퓰리즘적 정책 잔칫상이 대중의 의식을 마비시킨다. 이젠 야당이 여당보다 한술 더 뜬다. 유권자의 의식을 개 돼지 수준으로 얕보고 있어서일 것이다. 개 돼지에겐 공짜밥이 없다. 공짜밥만 찾다간 영혼까지 털릴까 걱정이다.

박양수 콘텐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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