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음속 아니다"는 軍 보란 듯 .. 속도 2배 높여 '도발'

김선영 2022. 1. 1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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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엿새 만에 또 탄도미사일 발사
비행거리 700km 이상.. 성능 '업'
연초에 잇단 발사 '이례적 행보'
"우리 軍 '성능 과장' 평가절하에
시험발사 일정 앞당겨 쐈을 수도"
日 기시다 "계속 발사 극히 유감"
또… 1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쐈다고 밝혔다. 남정탁 기자
북한이 지난 5일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지 엿새 만에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또다시 쐈다. 특히 이번 탄도미사일은 자신들의 극초음속미사일 수준을 ‘무시’했던 한국 군 당국에게 보란듯이 최대 속도가 마하 10 안팎에 도달했다. 연초부터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의 이례적 행보를 두고 전문가들은 대외환경과 무관한 국방력 강화 차원으로 미사일 ‘도발’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엿새 만에 미사일 최대속도 마하 10

11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는 비행거리는 700㎞ 이상, 최대고도는 약 60㎞, 최대속도는 마하 10 내외로 지난 5일 자강도 일대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보다 성능이 향상됐다는 평가다.

극초음속미사일의 경우 상승 후 1단 발사체가 분리된 뒤 활공 또는 하강 단계에서도 마하 5 이상의 속도가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도 이 같은 특성을 감안해 미국 측과 발사체 분리 이후 비행단계에서의 세부 속도를 정밀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지난해 9월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 8형과 같은 기종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리 군 당국의 평가절하에 반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 7일 한국 국방부가 북한이 최근에 시험발사한 것은 ‘극초음속미사일’이 아니라 성능이 과장된 ‘일반적 탄도미사일’이라고 평가절하한 것에 대해 북한 지도부가 격분해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일정을 예정보다 앞당겨 오늘(11일) 발사했을 수 있다”고 봤다. 정 센터장은 이어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장기화로 인한 주민들의 피로감을 떨쳐버리고 주민들을 ‘5개년계획’의 목표 달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원하기 위해서도 앞으로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세종·서울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김부겸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北, ‘미사일 도발’ 노림수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날 오전 5시쯤(뉴욕 시간 10일 오후 3시) 북한의 지난 5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긴급 토의를 한 직후 이뤄졌다. 북한이 자신들의 극초음속미사일 기술 수준을 과시하는 한편 안보리 회의를 비웃기라도 하듯 미사일 ‘도발’을 연출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는 이사국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의견만 교환하고 언론성명 등 별도의 결과물은 내놓지 못했다.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 발사에 나서면서 안보리가 다시 회의를 소집할지, 또 이전보다 강화된 대응에 나설지 등이 관심을 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취재진과 만나 “북한이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는 것을 발사했다”며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북한 발사체가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쪽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일본 정부는 관례로 볼 때 중국 베이징의 대사관 채널을 통해 북한 측에 항의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도쿄=AP연합뉴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핵수석대표 간 협의 개최 등 한반도 정세 관련 한·미·일 3국 간 지속적 공조 노력을 계속 경주해 나갈 예정”이라며 “북한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해 대화 재개와 협력에 조속히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또다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한반도 교착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이 자국의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북한의 무력시위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이 북한 미사일 도발에 사실상 문제없다는 ‘그린라이트’를 켜줬다”며 “2월 베이징올림픽과 3월 한국 대선 기간에도 간헐적 발사를 이어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선영·김범수 기자, 도쿄=김청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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