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주택도 구독하는 시대 온다

김충제 2022. 1. 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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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화에 대한 배타적 지배를 조건으로 매입해 소유하는 시장경제의 시대가 가고, 공유경제를 거쳐 이제 구독경제의 시대가 오고 있다.

구독경제란 대가를 지불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식품 배송에서 정수기와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구독경제의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영역이 확장되더니 이제는 주택도 구독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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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화에 대한 배타적 지배를 조건으로 매입해 소유하는 시장경제의 시대가 가고, 공유경제를 거쳐 이제 구독경제의 시대가 오고 있다. 구독경제란 대가를 지불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예전에는 우유배달이나 신문, 잡지 배달이 구독경제를 대표하는 사례였으나 요즘은 거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구독경제로 전환되고 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이미 연간 이용료를 지불하는 구독시스템으로 바뀌었고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등의 미디어 산업에서도 미디어 자체를 판매하지 않고 스트리밍 기술을 통해서 구독하도록 유도한다. 식품 배송에서 정수기와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구독경제의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영역이 확장되더니 이제는 주택도 구독하는 시대가 됐다.

구독경제가 이처럼 성행하는 이유는 기업과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서는 고정고객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소비자로서는 필요할 때마다 접속해서 원하는 서비스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어서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고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추세에 적합하다.

구독경제가 성공하려면 소비자는 같은 비용으로 더 다양한 경험과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하고, 기업은 정기적이고 반복적인 매출을 통해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고객의 구독행태와 관련한 데이터를 축적해 이를 비즈니스 모델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구독서비스 시장을 분석한 미국 주오라(Zuora)사의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구독경제 규모는 약 6배 성장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일반 기업보다 3.3배나 높은 수치이다.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은 2025년에 3000조원 규모, 국내 구독시장은 1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소유하지 않고 구독한다는 것은 기성세대에게는 매우 낯선 개념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주거공간의 활용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주거 선택 시 시설과 서비스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거액의 빚을 지고 시설이 형편없는 주택을 "구매"하기보다는 현재 수입에 맞춰 시설과 서비스 수준이 높은 주택을 "구독"하려 하는 것이다. 주거공간은 프라이버시가 존중돼야 하므로 공간을 나누어 쓰는 공유 개념보다는 사용료를 내고 독점해서 쓰는 구독 개념이 더 적합한 분야이다.

우리가 구독주택 시스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농촌의 빈집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도권의 부족한 주택을 일부나마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통계청 데이터를 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151만호로 전체 주택의 8.2%이며, 지방도시의 경우 빈집 비율은 10~15%에 달한다.

지방을 살리기 위한 국토균형발전 정책과 도시재생 정책이 한계에 다다른 지금, 지방도시의 빈집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독주택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정액제로 여러 지역에서 숙박하면서 살 수 있는 주택 구독서비스는 단기거주자와 세컨드하우스 수요를 상당 부분 충족시킬 수 있어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폭등 방지와 지방의 빈집문제 해결에 대안이 될 수 있다.

류중석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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