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서 실패는 '혁신의 훈장'..韓은 신산업 안착 전에 규제" [서경 CES 과학기술 포럼]

고광본 선임기자 2022. 1. 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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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성장엔진을 다시 켜라-과학기술 대혁신]
< 5 > 서경 CES 과학기술 포럼 ① '혁신 둥지' 실리콘밸리의 비결
실리콘밸리, 기술 창업서 투자까지 기업 도전에 날개 달아
韓은 중기 R&D 성공률 96%라지만 '실패 피한 성적표'
정부, 외형적 인프라 구축보다 실질적 혁신생태계 구축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7일(현지 시간) 열린 '서경 CES 과학기술 포럼'에서 김덕수(왼쪽부터) 한양대 교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 임경수 아이디어허브 대표, 천세창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만,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울경제]

“실리콘밸리처럼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규제를 혁신해 기업가 정신을 키워야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습니다.”

천세창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만(차관급)은 지난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에서 본 글로벌 과학기술 전쟁의 현황과 대안’을 주제로 열린 ‘서경 CES 과학기술 포럼’에서 “미국·중국·영국·이스라엘은 실패도 자산이자 경력으로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일론 머스크가 25번의 실패를 딛고 재활용 로켓 개발에 성공했고, 영국 다이슨이 5,127번의 실패를 딛고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발명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 성공률이 96%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실패를 회피하려는 관성이 강하다”며 “신산업·신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기도 전에 부작용과 문제점을 먼저 따져 규제를 하는 것도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우리는 생태계 조성시 멋진 건물과 같은 외형적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며 “하지만 기술 창업과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실질적인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구글도 최정예 연구소로 불리는 구글X를 파산한 쇼핑몰을 리모델링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실리콘밸리에 기업이 몰리는 것은 기술 창업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보육 시스템은 물론 투자 유치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창의성에 날개를 달아주는 실질적인 혁신 문화·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실리콘밸리는 혁신을 존중하고 성공의 동력으로 삼는 시스템과 문화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혁신이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어려운 풍토”라고 비교했다. 그는 이어 “혁신이 부동산과 기득권의 가치보다 더 존중 받을 때 청년들에게 희망을 볼 수 있고 더 잘 살고 행복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우리가 혁신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임을 확실히 하고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성 충돌 회피 우주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김덕수 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실리콘밸리는 다양한 가치관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잘 정비된 계약 제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지연·혈연·학연에 얽매이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R&D에서도 단기간의 작고 구체적인 성공 실적에 기반한 평가에 연연한다”며 “이러면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연구가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 지식재산권(IP) 전문가인 임경수 아이디어허브 대표는 “실리콘밸리 벤처는 투자 유치시 IP 확보에 상당 금액을 투자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중견기업조차 핵심 IP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대학, 국가·공공연구소, 기업의 IP 전략이 부족한데다 특허를 남발해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기업의 경우 미국에서도 특허 방어를 한국 기업에 비해 아주 잘하는 편”이라며 “글로벌 특허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국내에서 먼저 많은 스파링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에서 기업 특허 분쟁에 개입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글로벌 특허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 미국과 중국은 자국 내에서 각각 연간 5,000건과 3,000건 이상의 특허 소송을 진행하며 특허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CES 단상에 대해서도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황 회장은 “CES에 중국 업체 참가가 급감한 것을 보니 혁신은 정치와 환경의 지배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기술 혁신 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이 든다”며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으나 죽이지는 못하고 성장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반도체든 인공지능(AI)이든 중국은 시장과 자원이 있어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중국은 우리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이 잘 돼 있다”며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기술이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모빌리티 등이 중국보다 뒤처지게 된 것이 다 이유가 있다”고 했다.

김 총장은 “중국이 올해 CES에 160여 개 사밖에 나오지 않은 것은 미중 갈등과 코로나 사태의 영향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유럽·남미 시장으로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이라며 “중국은 2019년부터 IFA(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에 많은 힘을 쏟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CES에 참가한 국내외 벤처기업인과 학계, 관계 인사들이 참석해 토론에 집중했다. 축광성 광촉매 소재와 공기청정살균기, 2차전지 음극재 벤처인 에이피씨테크의 김승진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함께 산화아연을 활용한 2차전지 음극재를 개발 중인데 미중 과학기술 패권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산학연이 똘똘 뭉쳐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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