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이재명, AI 윤석렬 뒤엔..디지털 조력자 있었다
여야 모두 '숏폼 영상' '소통' '재미' 핵심으로 강조
NFT·메타버스 활용한 선거운동도 본격 전개할 듯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와 플랫폼을 활용해 국민을 투표장으로 이끌고, 거대 담론보다는 친밀한 공약을 내세워 후보의 이미지를 호감으로 만드는 여야 대선후보의 ‘디지털 파워’는 어디서 나올까. 이재명·윤석열의 디지털 선거운동을 돕는 조력자를 만나 계획을 들어봤다.
“2030·여성 타깃…유머 있는 예능으로 따뜻함 더했죠”
지난 7일 방문한 서울 여의도에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 홍보소통본부. ‘쌀집 아저씨’로 유명한 스타 PD 출신 김영희 본부장이 45명의 디지털 선거전략 전문가집단을 이끈다.
이 후보의 디지털 선거운동 선봉에 서 있는 김 본부장은 “나보다 더 나은 전문가가 있다”며 채광석 콘텐츠그룹장을 소개했다. 시인이자 작가 출신인 채 그룹장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SNS 메시지 담당으로 처음 민주당과 인연을 맺었다.
채 그룹장은 “이 후보의 숨은 조력자로 알려지는 게 쑥스럽다”면서도 “선거 때마다 그 시대의 핵심 메시지를 고민하는 역할을 했다. 올해는 ‘2030’과 ‘여성’이 화두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디지털 세상의 핵심은 ‘수평적 의사소통’과 ‘자기 주도형’ 그리고 ‘유머’”라며 “디지털 선거운동의 특징은 유권자의 반응이 즉각적이면서도 큰 힘을 발휘하고, ‘밈(Meme·인터넷에서 시작된 유행이나 유행어가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에 퍼지며 2차 창작 또는 패러디되는 현상)’으로 이어져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놀고, 공유한다. ‘이재명은 뽑는 게 아니라 심는다’는 숏폼 영상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침에 출근해 후보 일정과 정책발표 내용 등을 확인하면 그 순간부터 즉각 디지털 콘텐츠 제작하는 일을 매일 반복한다. 통상 몇 개월 소요될 규모도 선거에선 하루, 짧게는 몇 시간 안에 소화해야 하기에 “24시간이 모자라다”고 했다.
지금까지 선보인 콘텐츠 중에선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제작한 캐롤 영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그는 “이재명 후보는 밀어붙이는 저돌적인 성격으로 추진력이 좋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비호감의 요소이기도 하다”면서 “편안하고 유머 있는 이미지를 덧붙인다면 MZ 세대와 여성 유권자에게 더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1월 중 김 본부장이 제작했던 ‘나는 가수다’를 대선 버전으로 패러디한 ‘불만을 노래해-나도 가수다(가칭 불가수)’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전 국민이 오디션 형태로 참여해 각자의 불만을 노래, 춤, 랩, 합창 등으로 선보이는 형태다.
채 그룹장은 “예능형, 유권자 참여형 영상 콘텐츠뿐 아니라 NFT나 메타버스, 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선거운동도 계속 선보일 것”이라며 “해당 기술들이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현 대선에서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지 않겠지만, 새로운 물결과 흐름을 받아들이고 배우려는 자세가 이 후보의 강점이라 생각하고 함께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터로 민심 읽어 맞춤형 콘텐츠 만들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대위에서는 디지털정당위원장인 이영 의원이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디지털 선거운동을 이어가며 지지율 반등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윤 후보가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 한 줄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을 비롯해 전기차 충전요금 동결과 지하철정기권 버스환승 등 생활밀착형 공약을 담은 유튜브 ‘59초 쇼츠’를 통해 발표하는 등 디지털 선거는 쉼 없이 작동한다.
이 의원은 “지금은 유튜브 쇼츠, 페이스북 몇 줄 메시지로 공약과 비전을 실시간 전국 전파하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그는 “유튜브에 ‘윤석열’을 검색하면 검찰총장 시절 국정감사장에서 ‘사과를 받아내야겠다’고 답변하는 영상의 조회수가 가장 높은데 국민께서 윤 후보에게 기대하는 바가 ‘소신’ ‘뚝심’ ‘강단’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주 월요일 콘텐츠 제작팀과 주 단위 스케줄을 점검하고 후보 일정을 확인하는 일로 한 주를 시작한다. 보안업체 대표이사(CEO)출신인 이 의원 주도로 개발한 드루킹을 잡는 크라켄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면, 이를 토대로 맞춤형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는 “크라켄에 이어 빅데이터 분석 툴(D-LAB)까지 완성되면 데이터를 통해 민심을 읽고 선거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 디지털 선거운동을 전파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이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 최고위원으로 출마할 당시 표어가 ‘디지털로 정치혁신, 데이터로 정권교체’였다”면서 “기존 방식에 익숙한 분들에게 디지털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이해시키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디지털본부에는 의미 있고 3P 원칙이 있다”며 “숏폼 영상을 비롯해 공약위키, AI윤석열 등은 이 법칙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의원이 말한 3P는 재미있는 폴리테인먼트(Poli-tainment) 콘텐츠로 플랫폼(Platform)을 통해 실시간 피드백(Prompt feedback)으로 소통한다는 것이다.
NFT나 메타버스 토론회 등 신기술을 접목한 계획에 대해선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지만 다 공개할 순 없다. 이번 주에도 새로운 디지털 기획을 오픈할테니 기대해달라”고 미소 지었다.
노재웅 (ripbir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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