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추가 금리인상 '속도'..통안채 금리 사상 첫 0.22%P 급등
美 긴축속도에 자금유출 압력 커져
외화 유동성 확보, 불안감 잠재워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빨라진 긴축 행보에 국내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달라진 연준의 행보에 대응해 이달 기준금리를 올린 후 예상보다 빠른 추가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기초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 자본 유출의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연준의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진다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긴축 발작(테이퍼 텐트럼)’ 충격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일 통화안정증권 91일물 금리는 1.006%에서 1.225%로 0.219%포인트 급등했다. 이날도 1.228%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통안채 91일물 금리가 하루 만에 0.22%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통안채 91일물 거래가 거의 없다 보니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단기 급등했다. 만기가 3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서는 한은이 최소 3개월 안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하고 추가 인상 속도도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움직임인 셈이다.
일단 연준의 조기 긴축뿐 아니라 최근 환율이나 물가 상황을 봤을 때도 한은이 이달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커진 상태다. 이달에 인상하지 않으면 원화 약세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을 뿐 아니라 2월 금통위는 3월 대통령 선거를 바로 앞에 두고 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크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세 번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 다수 전망인 만큼 오히려 관심은 연준의 빨라진 정상화 계획에 맞춰 한은이 얼마나 속도감을 더할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 자체로는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나타나면 자금 유출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급해진 신흥국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 가치를 유지하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나라 채권을 매도하고 자금을 회수해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외국인투자가들은 국고채 17.9%, 통안채 23.8%를 보유하고 있다. 단기 매도로 금융시장 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수준이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국을 대상으로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을 주의하라며 경고한 상태다.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의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실패로 부정적 시장 심리가 확산되거나 예상보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진행되는 경우 국내 금융 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실물경제나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나라는 환율이나 외국인 자금 유출입 측면에서 불안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연준 긴축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만큼 혹시 모를 자금 유출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기준 외환 보유액은 4,631억 2,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한 상태지만 이는 대외 지급의 최후 보루인 만큼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또 다른 긴급 외화 유동성 확보 방안인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12월 31일을 끝으로 종료됐다. 대신 한은은 달러화 자금 공급 제도인 ‘FIMA 레포 기구’를 활용하기로 연준과 합의한 상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연준의 긴축이 좀 더 빨라지고 강도가 세지면서 자본 유출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통화 당국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시장 불안도 해소해야 한다”며 “경기 둔화나 대선 등 이유로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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