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정리해고와 파업, 12년 만에 찾은 공장의 노동조합 사무실

이혜리 기자 입력 2022. 1. 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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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9년 7월20일 경찰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내로 진입하자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9년 쌍용자동차는 경영난을 이유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결정했다. 노동자들이 이에 반발해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77일간 옥쇄 파업을 벌였다. 경찰은 대테러 장비까지 동원해 강제진압을 했고, 투쟁 일선에 나섰던 노동조합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쫓겨나다시피 하며 공장을 나와야했다. 평택공장에 있던 노조 사무실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노조 활동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리적 공간도 보장되지 않은 것이다. 이후 쌍용차지부는 공장 정문 앞에 있는 상가건물의 카페 ‘차차’에 별도 사무실을 차리고 활동을 계속했다. 카페 운영을 중단한 뒤에는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1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오는 19일 쌍용차 평택공장 내에서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사무실 개소식과 현판식을 연다. 평택공장에서 노조 사무실을 뺀 지 12년 만에 다시 평택공장 내에 사무실을 여는 것이다. 2020년 5월 마지막 복직 대기자 35명이 공장으로 복직한 뒤 노조는 회사와 사무실 사용에 대해 논의한 끝에 평택공장 TRE동 2층에 10평 남짓 공간을 확보하게 됐다.

쌍용차 투쟁 과정에서 2000여명이 해고되고 30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목숨을 끊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찰청과 국가인권위원원회는 경찰의 쌍용차 파업 진압을 공권력을 남용한 과잉 진압과 인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그런 차원에서 다시 공장에 사무실을 차리는 것은 노조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이명박 정권의 폭력적 진압으로 노동자들이 일터를 벗어나 공장 밖으로 밀려났지만 포기하지 않고 많은 분들이 연대해줬기에 버틸 수 있었다”며 “다시 공장 안에서 옛 동료들을 만나고 민주노조의 깃발을 세울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노조 탄압 등으로 싸우고 있는 사업장들이 많은데, 쌍용차 노조의 과정이 희망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며 “공장 안에 사무실을 둔다고 하더라도 나눔과 연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쌍용차는 법정관리 졸업 10년 만에 다시 위기를 겪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전날 우여곡절 끝에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인수합병 본계약을 승인한 상황이다. 김 지부장은 “언젠가 다가올 위기에 대한 우려를 여전히 안고 있다”며 “사무실 개소식을 계기로, 소수 노조이긴 하지만 공장 안에서 노노·노사가 협력할 부분이 있으면 함께 협력하고 조합원들과 힘을 모을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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