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오너경영으로 과감한 기술투자..고속성장 이끌었다"

이종혁,김정환 2022. 1. 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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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銀-KDI가 본 선진한국
높은 교육열에 기업투자·수출
'결단력 있는 경영' 긍정적 역할
대기업 고용비중 獨 60%인데
한국 각종 규제 탓에 27% 불과
세계적 기업 숫자가 곧 국력
500대기업 韓 14개, 美 121개

◆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③ ◆

"중진국 함정을 탈출한 실제 사례는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와 폴란드 등 극소수 국가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적극 수출에 나서는 양질의 대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부원장(전 고용노동부 차관)이 11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발도상국 모델이 될 선진국으로 한국을 주목한 세계은행과 함께 한국 경제 개발 과정을 다룬 '선진국 연구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고 부원장은 "국가경제와 국민소득은 대기업 수가 결정하며 한국의 미래 성장은 대기업을 얼마나 길러내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세계은행 분류를 보면 한국은 1950년대 후진국, 1960~1990년대 중반까지 중진국에 머물렀다. 세계은행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본다. 하지만 한국이 중진국에서 특별한 전환 계기를 마련한 것은 아니라는 게 이번 연구의 잠정 결론이다. 국민의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실성, 이를 바탕으로 한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 해외 시장 개척이 어우러지면서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고 부원장은 "무엇보다 제조업이 빠르게 생산성을 향상하면서 한국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견인한 것이 중진국 탈출에 유효했다"고 말했다.

제조업의 높은 노동생산성은 지표로 확인된다. 한국은행·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제조업 종사자 1인당 노동생산성(연간 생산하는 부가가치 총액)은 1억1200만원으로 농업(2500만원), 서비스업(4100만원)을 압도한다.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는 1970년대 이후 가팔랐다.

세계적인 대기업 브랜드를 선진국과 동일시하는 여론도 높다. 매일경제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71.8%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고 답했으며 선진국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24.9%는 '삼성·현대차 등 글로벌 대기업의 성장'을 그 이유로 꼽았다.

한국 특유의 오너 경영 체제가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비롯한 제조 대기업의 빠른 성장을 유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 부원장은 "타 개도국들의 사례를 보면 대기업들이 수출 산업이 아닌 부동산 개발, 금융업 등 내수시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한국은 전체 연구개발(R&D) 투자 중 4분의 3은 민간이, 그중 3분의 2를 대기업이 담당한다. 이런 기술 투자가 한국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 비결"이라고 했다. 고 부원장은 "그 배후에는 오너 기업 체제가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점은 국가가 기업 활동에 대한 간섭을 최대한 줄이면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혁신하고 신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담당하기 어렵고 파급 효과가 큰 연구 과제를 정부가 지원한다든지, 교육·훈련 시스템을 개편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한다든지, 신축적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데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종업원 250인 이상 기업이 국가별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독일 60.5%, 스웨덴 60.2%, 프랑스 60.0%, 영국 44.3%인 반면 한국은 27.0%에 불과하다.

고 부원장은 "한국은 아직 한 발을 선진국에, 한 발을 개도국에 딛고 있다"고 지적했다. 잠재성장률도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아무리 자본과 노동력을 쏟아부어도 기술·경영혁신 등이 약해지며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깎여나가고 있다. 꼬인 저성장 위험을 풀기 위해서는 기업 규제 완화에서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는 처방이 나온다.

매일경제와 보스턴컨설팅(BCG)은 20년 전 이미 글로벌 대기업 숫자가 한 나라의 경제력을 결정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2020년 우리 성적표는 여전히 초라하다. 포천이 발표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2020년 14곳으로 전년 대비 2곳 줄었다. 1위 경제대국 미국은 2020년에도 전년과 동일한 121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124개와 53개 기업을 포진시키면서 전년보다 각각 5곳, 1곳이 늘었다.

[이종혁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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