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노조發 경영갈등 커져..결국 근로자들만 더 피해"

한우람,박동환 2022. 1. 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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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현장 우려 목소리
"정치인 나중에 기관장 되면
노동이사제 도입 후회할 것"
'원조' 독일선 갈수록 외면
본사 해외이전 움직임 부추겨
노동이사제 도입 기업 급감

◆ 노동이사제 강행 ◆

"노동이사제로 선임된 이사가 노사갈등을 부추기는 부정적 효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11일 의결된 공공부문(공기업·준정부기관 등)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한 재계 관계자의 평가다.

이 관계자는 "노동이사제 선임 이사가 이해관계에 휘둘려 회사 이익과 어긋난 결정을 내리는 이해 상충 이슈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더 나아가 노동이사가 회사 경영 기밀을 노조로 전달하는 창구로 악용되면 회사의 유무형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국내 공기업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추후에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돼보면 알 것"이라며 "본인들이 입법한 노동이사제가 본인을 옭아맬 족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계에서는 "상호 갈등이 심한 한국 노사 현실에서 노동조합 추천을 통해 이사회에 입성한 노동이사가 기존 이사진과 갈등을 빚어 기업·기관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염려를 쏟아내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노동이사제가 이번 의결을 계기로 공공부문에서 사기업 영역으로 넓혀질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적용되면 우리 시장경제에 큰 충격과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성명을 냈다.

특히 현재 기업·기관별로 이사진 선임을 위한 자체 절차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제도로 노동이사제를 강제하면 투명한 이사회 구축과도 거리가 멀어진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치 투쟁이 활발한 우리나라 노조 특성상 공공기관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높다"며 "이는 국민 편익 증진이라는 공공기관 설립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예컨대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공공부문이 경영 효율성보다 노동자 복지 문제에 치중하면 공공부문 임금과 구성원이 과도하게 비대해지고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노동이사제 모범 사례로 꼽히는 독일은 우리나라와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은 개별 기업 노조가 없고 산업별 노조만 있다. 이 때문에 개별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독일의 노동이사 역할은 실질적으로 국내 개별 기업 노조와 같다. 이정 한국외대 교수는 "노조가 개별 기업 테두리 밖에 있는 독일의 경우 노조가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적 장치가 바로 노동이사제"라며 "반면 한국은 개별 기업 노조가 존재해 이미 단체교섭에서 인사를 비롯한 경영 문제에 참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이사로 창구가 단일화된 독일과 달리 한국은 개별 기업 노조에 더해 노동이사까지 노동자를 대변하는 '옥상옥'만 생기는 꼴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한국은 노조와 노사협의회에 이어 세 개의 채널이 생겨 상호 간에 역할이 어떻게 되는지 분명치 않다는 문제도 안게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노동이사제 원조인 독일 기업마저 노동이사제를 외면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노동이사제를 적용한 독일 주식회사는 1992년 413개에서 2016년 234개로 43.3%나 급감했다. 이 교수는 "독일 기업 역시 노동이사제 도입이 불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등 제도를 빠져나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노동이사제를 유지하는 독일 기업은 90% 이상이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라는 특징이 있다. 반면 국내 주요 기업은 주식회사 형태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주주가 반대하는 노동이사제 도입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우람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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