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부터 노동이사 '진입'..민간기업 확산 시간문제
경제계 요구 결국 묵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131곳
근로자 1인 이사로 선임해야
노조 입김 센 금융공기업들
예보·캠코부터 대상으로 거론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등
노동계 의식 입법 논의 급물살
◆ 노동이사제 강행 ◆
경제계에서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그동안 친노조 성향 이사 선임을 계속 시도해왔던 금융권을 필두로 빠르게 민간기업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담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공사 국민연금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기업·준정부기관 131곳은 올 하반기부터 비상임이사 중 1명을 반드시 소속 근로자로 선임해야 한다.
노동이사는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똑같이 행사할 수 있다. 임기는 2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자격은 3년 이상 재직한 해당 기관 소속 근로자 가운데 근로자 대표(노조)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금융 공공기관 중에서는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5곳이 대상에 포함됐다.
시행은 법 공포 6개월 후인 올 하반기부터지만 법이 통과된 만큼 비상임이사 임기 만료가 다가온 공공기관은 곧바로 친노조 성향 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들 5곳의 비상임 사외이사 중 20명은 올해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 기관 노조는 비상임이사 임기 만료에 맞춰 추천 후보군을 물색하는 등 준비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신용보증기금은 비상임이사 7명 중 한승희·서종식 이사 2명의 임기가 이달 30일 끝난다. 예금보험공사에서는 비상임이사 7명 가운데 3명인 원봉희·이성철·선종문 이사 임기가 8월 2일 만료된다. 캠코는 비상임이사 8명 중 7명의 임기가 올해 종료된다. 안태환·임춘길 이사 임기가 4월에 끝나고 뒤이어 김정식·김령·박영미·이종실·박상현 이사 임기가 8월에 만료된다. 캠코 노조 관계자는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노동이사제가 통과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노사관계를 잘 이어온 것처럼 노동이사제 시행 이후에도 모범 사례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한국투자공사 등 다른 금융 공기업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이번 노동이사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노조를 중심으로 노조추천이사제 같은 제도 도입이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조가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제도로 소속 근로자가 비상임이사가 되는 노동이사제와 차이가 있지만 노조 측 인사가 이사회에 들어간다는 점은 같다.
이미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9월 노조 추천 이사를 선임한 바 있으며 앞서 도입을 추진했던 산업은행이나 IBK기업은행도 노동이사제 통과를 계기로 노조추천이사제 등을 강력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강성 노조 성향이 짙은 시중은행으로 이어져 결국 노동이사제가 민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제계는 염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권에서 디지털 전환과 산업 구조 재편 등으로 경쟁이 격화하고 의사결정도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이 시행되면 당연히 법에 따라 비상임이사를 선임하고 이사회를 꾸릴 것"이라며 "다만 노조가 모든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고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기업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구조조정 이슈가 많아 노사 의견이 상충됐던 곳은 경영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노동이사제를 비롯해 노동계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권의 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공무원·교원노조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유급 근로시간 면제)도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지난 10일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은 넘지 못했지만 2월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5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관련 우려도 큰 상황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각종 수당 증가나 해고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확대되면 사업체 종사자 중 25%가 일하고 있는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자리 대란이 올 수 있다고 염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경운 기자 /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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