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세계 최장 학교 봉쇄 끝 등교 재개.. 그러나 "미래가 사라졌다"

김표향 2022. 1. 1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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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 사는 열다섯 살 소녀 카우타라 샤디아 나바시투는 거리에서 주스를 판다.

우간다 국가계획청은 보고서에서 "학교 폐쇄로 학생 51%가 아예 학업을 중단했으며 등교 재개 이후에도 3분의 1은 끝내 복학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장기 학교 폐쇄 조치가 우간다 교육 분야를 크게 퇴행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간다는 1997년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초등학교 무상교육과 의무교육을 도입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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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부터 2년간 학교 봉쇄 종료
1,500만명 학교 이탈..절반은 학업 중단
아동노동·10대 임신 등 교육정상화 난관
우간다 학교가 2년 만에 다시 문을 연 10일 수도 캄팔라의 한 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학교 보안 담당자가 등교하는 학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캄팔라=AP 연합뉴스

아프리카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 사는 열다섯 살 소녀 카우타라 샤디아 나바시투는 거리에서 주스를 판다. 때때로 머리를 땋아 주며 푼돈도 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교가 문을 닫은 뒤 채소 장사를 하는 엄마를 도우려 시작한 일이다. “공부하고 싶지만 수업료 낼 돈이 없어요. 학교가 쉬는 사이 몇몇 친구는 임신을 했고요. 우리는 학교로 돌아가지 못할 거예요.” 장사 준비를 하던 카우타라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우간다는 이날 코로나19 봉쇄를 풀고 등교 수업을 재개했다. 감염병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전면 휴교에 돌입한 지 거의 2년 만이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최장 기간 학교 폐쇄다. 그로 인해 학생 1,500만 명이 학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교문을 다시 열었지만 정상화는 요원하다. 카우타라처럼 등교하지 못한 학생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만 이날 하루 600만 명이 넘었다. 로버트 젱킨스 유엔아동기금(UNICEFㆍ유니세프) 글로벌 교육 책임자는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의 요구는 학교가 가장 늦게 문을 닫고 가장 먼저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우간다의 교육 중단은 규모와 기간 면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여느 나라들처럼 우간다도 원격 수업을 도입하긴 했다. 그러나 전자기기와 통신망 등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전기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집이 많아 소용없었다. 부모들도 교육 수준이 낮은 탓에 자녀의 공부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더구나 코로나19 봉쇄로 직업을 잃거나 소득이 줄면서 수많은 가정이 빈곤에 내몰렸고, 아이들까지 가족 생계를 위해 생업에 뛰어들어야 했다. 학교라는 보호막이 사라지자 어린 소녀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조혼을 강요당하거나 임신을 하기도 했다. 우간다 국가계획청은 보고서에서 “학교 폐쇄로 학생 51%가 아예 학업을 중단했으며 등교 재개 이후에도 3분의 1은 끝내 복학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수입이 끊긴 수많은 교사들이 이미 직업을 바꿨다. 학교들도 극심한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계획청에 따르면 등교 재개 첫날 전국 3,507개 초등학교와 832개 중·고등학교가 문을 열지 않았다. 이 학교들 대다수가 재정난에 영구적으로 폐교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도 나왔다. 학생들이 돌아온다 해도 학교와 교사가 없어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장기 학교 폐쇄 조치가 우간다 교육 분야를 크게 퇴행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간다는 1997년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초등학교 무상교육과 의무교육을 도입한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젊은 인구를 가진 국가인 만큼, 교육을 통한 발전 가능성도 높다. 미국 CNN방송은 “우간다가 이미 높은 실업률과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간 교육 중단은 미래 세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짚었다.

우간다 교육당국도 공백을 메우려 분투하고 있다. 아이들을 재입학시키도록 지역사회 및 교회 지도자들을 독려하고, 복학 시 코로나19 검사도 면제했다. 또 학교에는 비싼 수업료를 받지 말라고 당부했다. 교육연구 비영리단체 ‘우웨조 우간다’ 메리 고레티 나카부고 국장은 “학생들이 학업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돕지 않는다면 우리는 한 세대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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