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주도 '정용진 보이콧'에..재계 "북한 아닌 우리 기업 때리나"

오수현,이석희 2022. 1. 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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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번진 정용진 '멸공'
與인사들 주도하자 재계 반발
"기업 힘든데 정치권 너무해"
색깔론 커질라 與일각 자제론
정성호 "불매운동 멈춰야"

여권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촉발한 '멸공' 논란을 '정용진 보이콧'과 '신세계 불매운동'으로 이어가자 중국·북한을 향해선 말을 아끼고 자국 기업인과 기업 공격에는 열을 올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멸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권 인사들을 두고 '스스로 공산당임을 인정하는 건가'라는 지적도 온라인상에서 제기됐다.

11일 국내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포스터가 광범위하게 공유됐다. 이 이미지는 2019년 일본 불매운동 당시 확산됐던 것과 같은 포스터로, '일본' 대신 '정용진'으로 바뀌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오전 인스타그램에 이 이미지를 올리며 "누가 업무에 참고하란다"고 적었다. 정 부회장과 가까운 지인은 "정 부회장이 본인 계정에 이 이미지를 올린 것은 일종의 셀프디스"라며 "멸공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고 신세계 계열사 주가가 하락하자 자숙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의원은 전날 SNS에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이마트는 가지 않으려 한다는 김호기 국무총리비서실 사회특별보좌관의 글을 공유하면서 "저도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는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선대위 대변인인 현근택 변호사도 같은 날 트위터에 "앞으로 스타벅스 커피는 마시지 않겠습니다"고 적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김용민 의원은 이날 SNS에 본인 지역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신 인증샷을 올리며 "커피는 동네 커피가 최고입니다"고 썼다. 해시태그엔 '작별'이라고 썼다. 몇 시간 뒤 남영희 선대위 대변인도 SNS에 "커피는 동네 커피가 최고"라며 '아듀 별다방'이라고 적었다. 별다방은 스타벅스의 별명이다.

재계에선 정치권의 이 같은 정용진 보이콧, 신세계 불매운동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중국의 한국 길들이기가 기업에는 실제적인 사업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선 일절 언급 없이 만만한 국내 기업만 때린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인은 "'멸공'을 언급했다고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우리 기업 불매운동을 주도하는 게 맞느냐"고 했다. 야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멸공으로) 왜 이렇게 논란을 벌이는지 자체를 잘 모르겠다"며 "북한 문제라면 부르르 떨면서 경기 일으키듯이 편들고 나서는 민주당 쪽 사람들이 비난하면서 일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자중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후보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멸공 논란도 불매운동도 중단했으면 한다"며 "기업 주가가 떨어져 개미투자자가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멸공에 반응하는 것은 국익에 손해를 주더라도 색깔론으로 지지자를 결집하려는 음모에 말려드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개미투자자 표심 악화와 색깔론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부분이다.

[오수현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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