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불가, 못 믿어" POSCO 소액주주들 '물적분할' 반대 집회(영상)

이성락 2022. 1. 11. 1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스코 소액주주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직장인 김 모 씨가 포스코의 물적분할 추진을 반대하는 집회에 나서고 있다. /이성락 기자

포스코 소액주주들, 강추위 뚫고 포스코센터 정문서 물적분할 반대 집회

[더팩트ㅣ강남구=이성락 기자]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하지 않겠다는 약속, 지킬 것 같습니까? 제가 볼 땐 100% 상장합니다."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 소식을 들은 포스코(POSCO) 소액주주들이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정문에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주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항의 집회를 연 것으로, 소액주주들은 영하 10도의 강추위에도 2시간가량 포스코센터 정문을 지키며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물적분할 결정을 당장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포스코센터 정문에 모인 집회 참가자는 10여 명이었다. 네이버 카페 '포스코 소액주주모임' 운영진이 집회를 주도했고, 물적분할 결정 철회를 지속 요구하고 있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와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일원들이 동참했다. '포스코 소액주주모임'의 경우 지난해 12월 10일 포스코가 물적분할 방식의 지주사 전환을 결정한 직후 만들어진 온라인 카페 모임으로, 현재 포스코 소액주주 6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회사를 물적분할해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와 철강 사업회사인 포스코(신설법인)로 나눌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적분할은 신설회사의 지분 전부를 존속회사가 갖는 분할 방식으로, 기존 지분율대로 신설회사의 주식도 나눠 주는 인적분할보다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신설회사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존속회사의 주가가 급락해 이 분할 방식과 관련,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도 이러한 '기업 가치 하락'을 우려했다. '포스코 소액주주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2007년 77만 원 수준이었던 포스코 주가는 현재 3분의 1수준인 20만 원 후반에서 30만 원 초반대에 있다. 성장과 외연 확장이 이뤄졌고,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주가의 저평가가 유지되고 있다"며 "물적분할 결정은 오랜 기간 주가의 저평가 해소를 통한 원금 회복을 간절히 바라던 주주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감과 절망감을 안겨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추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일은 없다"는 포스코의 약속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포스코는 자회사가 상장하려면 주주총회를 통해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정관에 명시하며 주주 동의 없는 자회사 상장은 하지 않을 것임을 지속 강조하고 있다. 최정우 회장도 지난 5일 주주들에게 보낸 주주서한을 통해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물적분할한 철강 회사를 상장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상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이후 이사회 결정으로 언제든지 번복할 수 있는 사항이다. 현재 경영진이 임기를 마치고 퇴직하게 되면, 다음 경영진은 약속을 지킬 의무가 없다"며 "추후 포스코가 상장을 100%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사업 회사가 상장해 주가가 급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포스코센터 정문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소액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포스코가 내놓은 주주 환원 정책 또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그는 "자사주를 소각하고, 1만 원 이상 배당하겠다는 것도 이미 지난해부터 약속해왔던 부분이다. 자사주 소각의 경우 구체적인 시점과 수량도 밝히지 못해 믿을 수 없다"며 "특히 아무런 대응이 없다가 주주들의 반대가 나오자 그제야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으며 여론을 잠재우려고만 하는 태도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측은 물적분할을 놓고 직원들의 동의를 얻은 결정이 아니라고 지적하는 동시에 "지주사 전환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회피하려는 꼼수"라고 언급했다. 관계자는 "지주사로 전환하면 재해 발생 시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최정우 회장과 경영진은 빠져나가고, 포항과 광양제철소 등 사업장이 책임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

포스코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 결정에 따른 갈등과 관련해 최정우 회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 방식의 지주사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임시 주주총회(28일)까지 반대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씨는 주주총회 때 소액주주들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사전에 요청할 수 있도록 포스코 측에 주주 명부를 요청한 상태다. 김 씨는 "주주들에게 물적분할에 반대해달라고 요청할 수 없다. 다만 저와 같은 마음을 갖고 계신 분이 많다고 생각해 참여만 한다면 반대표가 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주주 명부를 받으면 주총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 대해선 "명확하게 반대 표시를 해달라"며 "LG화학,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물적분할 결정에 반대를 표시했던 국민연금이 이번에 포스코 측에만 찬성표를 던진다면 포스코와 국민연금 간의 이상하고 은밀한 커넥션을 충분히 의심해 볼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소액주주들은 주총 전 최정우 회장과의 만남도 "환영한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이미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담아 물적분할 관련 항의 서한을 보냈지만, 포스코 측에서 어떠한 답을 주지 않았다. 앞으로 포스코 측에서 대화를 원한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며 "포스코 측에서 대응하지 않으면 합법적인 내에서 계속 반대 활동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ocky@tf.co.kr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